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회장이 최근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미국시각) FCA와 구글이 100대의 퍼시피카(Pacifica) 미니밴 기반 자율주행 실험 차 제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이번 합의를 이끌기 위해 지난 수개월간 구글과 자율주행 기술 연구에 대한 본격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마르치오네 회장이 앞으로 FCA 소속 브랜드의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파괴자들과 협력 중요”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달 29일(미국시각) 오토모빌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글, 애플, 테슬라, 우버 등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파괴자들(Disruptors)’이라고 표현했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이 파괴자들이 자동차 업계에 다음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파괴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협력을 꼽았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로 성장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미래 차 개발에 대한 FCA 회장 및 직원들의 의지는 구글 내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존 크라프칙 구글 자율차 프로젝트 CEO는 “FCA는 변화에 민첩하고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링 분야 인력을 가지고 있다”며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미니밴은 구글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적합한 차량 중 하나”라고 밝혔다.
■FCA, 구글 이어 애플과의 협상도 나설까
구글은 앞으로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미니밴 100여대를 사들여 미국 캘리포니아 일부 구간에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FCA는 구글 자율주행용 센서 탑재를 위해 차체 일부를 변형할 계획이다.
FCA와 구글의 이번 합의는 단순한 자율주행 기술 연구에만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정식 생산되는 크라이슬러 차량에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는 사항은 합의 내용에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퍼시피카 기반의 구글 자율주행차 운행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FCA가 구글 뿐만 아니라 애플 등의 업체들과 자율차 양산을 위한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차량 개발에 대한 공식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애플은 최근 전기차 프로젝트 협력업체 선정에 차질이 생겼다.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20일(현지시간) 다임러와 BMW가 애플카 제작을 위한 협상에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고객 예측 데이터 수집에 대한 세 회사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애플은 이같은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오스트리아 현지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체 마그나와 손잡고 주문생산 방식으로 차량 제작에 나설 것이라는게 독일 현지 언론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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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도 애플의 유력한 사업 파트너로 손꼽힐 가능성이 있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팀 쿡 애플 CEO와 회동을 가졌다. 이들의 만남은 IT와 자동차 업계에 빼놓을 수 없는 이슈 중 하나였다.
쿡 CEO를 만난 마르치오네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팀 쿡은 애플의 자동차 부문 진출에 흥미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향후 애플과 FCA 간 협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