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메일클라이언트 '썬더버드(Thunderbird)'가 공식적으로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섰다. 지금은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와 함께 모질라 프로젝트로 운영됐지만, 향후 다른 후원 및 관리 조직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재단 회장은 지난해 12월 썬더버드와 파이어폭스 프로젝트를 독립시킬 뜻을 내비쳤다. 변화가 빠른 파이어폭스 상대적으로 그걸 뒤쫓기에 벅찼던 썬더버드의 서로 다른 사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프로젝트를 이끌기엔 자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재단은 최근 썬더버드 공식블로그 웹서버에 '썬더버드를 위한 집 찾기(Finding a home for Thunderbird)'라는 제목의 문서를 올렸다. 10쪽 분량의 PDF 파일 내용은 작년말 베이커 회장의 썬더버드 독립 계획이 실행 중이며 몇몇 후보가 썬더버드의 후원을 맡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썬더버드, 모질라재단 품 떠날 듯]
[☞참조링크: Finding a home for Thunderbird.pdf
모질라재단은 썬더버드 공식블로그에 이 문서를 소개하거나 관련 내용을 알리기 위한 포스팅을 하진 않았지만, 영국 오픈소스 전문 컨설턴트 사이먼 핍스(Simon Phipps)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달라고 의뢰한 주체였다. 지난 7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향후 갱신될 수도 있다.
핍스 컨설턴트는 보고서에 "모질라는 썬더버드를 기술적 조직적으로 독립시키는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며 "파이어폭스와 기술적으로 엮이지 않으면서 기존 프로젝트 운영과 관리 작업도 '모질라코퍼레이션' 직원들에 의존하지 않는 썬더버드 프로젝트라는 결과를 원했다"고 썼다.
보고서에 제시된 잠재적 썬더버드 후원 조직은 미국 뉴욕의 자유소프트웨어 후원단체 '소프트웨어프리덤컨서번시(SFC)', 일반인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 대항마인 '리브레오피스' 후원 조직으로 유명한 독일의 '문서재단(TDF)', 모질라코퍼레이션을 운영하는 '모질라재단', 3곳이다.
핍스 컨설턴트에 따르면 3개 후원 조직은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영리 단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썬더버드 프로젝트 후원 조직이 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볼 때 각각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SFC는 이미 썬더버드 프로젝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행정을 맡을 인력(administrative staff)도 보유했다. 향후 썬더버드를 위한 독립 재단 설립을 지원할 뜻도 있다고 한다.
TDF는 리브레오피스라는 대규모 일반사용자 프로젝트를 이미 후원 중이고 대규모 후원금 모금을 성사시킨 경험과 프로젝트 관련 영리적 사업 생태계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 썬더버드 사용자 최대 보유국인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다는 점, SFC처럼 행정 인력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후보다.
모질라재단은 썬더버드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재단 전반에 많은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뜻 썬더버드 프로젝트의 후원자로 지목되기엔 변수가 많다. 그리고 재단 성격은 열린 인터넷의 가치에 대한 지지와 선도라는 좀 더 추상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파이어폭스와 썬더버드같은 주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기술적, 행정적으로 이끌어 온 모질라코퍼레이션과 차이가 있다.
핍스 컨설턴트는 위 3곳 외에도 리눅스 PC용 그래픽 환경으로 유명한 '그놈재단(GNOME Foundation)', 양대 리눅스 배포판 중 하나인 데비안 프로젝트의 법적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비영리재단 '소프트웨어 인 더 퍼블릭 인터레스트(SPI)', 빅데이터 본진으로 통하는 하둡을 비롯 수많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후원, 육성하는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ASF)' 등을 썬더버드 프로젝트의 잠재적 후원자로 언급했다.
다만 먼저 언급된 3곳보다 나머지 3곳에 썬더버드 프로젝트 활동 전반이 후원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핍스 컨설턴트는 그놈재단 이사회 멤버와 접촉해 썬더버드 프로젝트 후원 가능성을 상의했는데, 많은 멤버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재단 전체 상황상 그놈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한다.
SPI는 데비안 프로젝트나 리브레오피스를 비롯해 여러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위한 미국 현지에서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부금 모금과 납세 및 상표권과 도메인 등록과 관리를 계약에 기반해 처리해 준다. 그러나 썬더버드 프로젝트에 필요한 확장성있는 기술 인프라 또는 직접적인 커뮤니티 운영 관여 측면에선 기대할 수 있는 지원요소가 거의 없다.
ASF 쪽과는 공식적으로 썬더버드 프로젝트 관련 상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수의 대형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테스트 및 후원하는 경험과 기술적인 인프라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장점을 갖췄다. 다만 썬더버드가 ASF 프로젝트가 되려면 아파치인큐베이터프로젝트 단계를 거쳐 라이선스 변경, 문서화, 코드 기여자와 후원조직 개발 상근자의 관련 동의서 서명, 기술 인프라의 실제 이전, 앞서 등록된 썬더버드 관련 상표의 기부, 프로젝트 명칭 변경 등이 수반된다.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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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버드 프로젝트가 어떤 기존 조직의 휘하에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운영 전반과 외형 모두 독립하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즉 '썬더버드재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체적으로 개발, 운영, 커뮤니티 관리, 후원 모금을 비롯한 수익 관리 등 행정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시도할 경우 관련 법인은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 새로 설립되고, 이에 따라 변화되는 법적 요소들은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새로 검토, 합의돼야 한다.
핍스 컨설턴트는 보고서 말미에 이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프로젝트가 독립하는) 첫발을 떼기 위한 선택으로는 추천할만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썬더버드가 새로운 후원자로부터 떨어져나와 완전 독립된 개체가 될 미래에는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 새로운 집을 찾아나설 때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