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협회의 부실한 합병반대 의견서

기자수첩입력 :2016/04/05 17:26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논란에서 지상파 방송과 그들의 이익단체인 방송협회는 분명하게 '합병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업간 결합 문제라 하더라도 공익적 성격을 갖는 언론 또한 판단이 뚜렷하다면 반대 입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판단이 진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보다 문제 삼고자 하는 건 그런 입장을 주장할 때의 팩트와 논리다.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논리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한국방송협회가 최근 관계 부처에 제출한 2차 의견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팩트와 논리의 과장이 심해, 과연 이 자료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인지,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할 길이 묘연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협회는 우선 합병법인이 CJ E&M의 경쟁채널 송출을 배제하거나 불리한 채널번호를 부여해 81.8%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이는 팩트가 아니거나 많이 과장된 것이다. CJ E&M의 경쟁채널이라 함은 종편이나 지상파 MPP인데 종편은 의무 채널이어서 원천적으로 송출배제가 불가능하고 그 영향력을 감안하면 일부러 불리한 번호를 편성할 수도 없다. 지상파 MPP도 시청률 상위 채널이어서 이를 빼는 게 합병법인에 이로울 것이 없고, 특히 채널 묶음 상품과 번호는 미래부의 승인사항이어서 임의로 바꾸는 것이 현 제도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실이 그러하니 81.8%의 손실이 난다는 주장을 믿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해 (협상력이 떨어져) 중소 PP가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합병법인이 출범한다해도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이 당장에는 30% 미만이라 하니 이는 팩트부터 틀린 부실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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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융합 환경이 급물살을 타면서 방송 시장이 격변하고 있고, 이번 인수합병이 지상파 방송에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심정은 이해한다. 아마 그래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품격은 지켜야 한다.

팩트와 합리. 그걸 버리고 어찌 방송언론의 모임이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