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TV분쟁서 법원보다 제역할 못하는 방통위

방송/통신입력 :2016/03/24 16:58    수정: 2016/03/24 16:58

방송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할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원보다도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케이블TV사업자에게 가입자당 재전송료(CPS)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방송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지상파의 인상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지금까지 양 측의 분쟁에 대해서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한 방통위가 대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법원 “CPS 400원 인상 근거 없다” '사이다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2일 지상파방송 3사가 CMB를 상대로 제기한 판매금지가처분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지상파 측이 유료방송사들과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CPS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CMB를 상대로 신규 판매 금지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이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또 다시 기각됐다.

케이블TV 업계는 서울고법이 기각 이유를 밝히는 결정문에서 지상파측의 인상요구가 지나치다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두고있다.

서울 고법은 판결문에서 “종래 지급하던 CPS 280원으로부터 무려 48%정도 인상된 금액”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지상파3사의 CPS 400원 이상 인상 요구에 대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지상파 측은 콘텐츠 제작비용이 증가하였다거나 채무자들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은 매출이 증가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사정을 들고 있을 뿐, 수긍할 만한 그 합리적인 산정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CPS 계약은 사업자 간에 합의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인 만큼, 법원 판결문이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이번 판결이 협상에서 유리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측은 방송 판매를 못하게해서 케이블 업체들이 인상안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전략이었는데 이런 수를 못쓰게 됐다. 또 우리도 이번 판결을 근거로 최대한 협상해 볼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좡

"방통위는 뭐하고 있나?” 불똥

법원의 소신 판결문이 나오자, 그간 지상파-케이블TV 분쟁에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해오던 방통위가 다소 민망해졌다. 방송 사업자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방송이 공적인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본래의 역할을 방통위가 전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법원 판결문에는 CPS 문제를 해결할 행정적 절차가 부재한 상황을 언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 재송신에 따른 사업자들의 이익을 분배하도록 하는 합리적인 입법적 행정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콘텐츠 공급권을 쥐고 있는 지상파에 비해 협상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케이블TV 업계 역시 방통위가 적극 개입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통위는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CPS 계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재송신협의체’를 발족하고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올해 초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재송신 가이드라인 초안이 만들어졌다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까지는 훨씬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공개된다고 하더라고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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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금지행위를 판단하는 해석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전에도 이런저런 대안을 마련하고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항상 지상파 눈치를 보느라 흐지부지됐다”며 “지금 진행중인 재송신협의체나 분쟁조정위원회 역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