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 사업자(SO)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IPTV 등장이후 가입자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지난 2012년 1480만명에서 지난해 1440만명으로 2.7% 감소한 반면 IPTV 같은기간 650만명에서 1240명으로 89%나 성장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결합상품 구성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 결합 능력이 통신사에 비해 떨어지는 케이블TV SO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매각되면서, 모든 케이블TV 업체들의 돌파구는 결국 '좋은 조건에 인수합병(M&A)되는 것 아니겠냐’는 냉정한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공청회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M&A)는 케이블 사업이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퇴로”라며 "유료방송 시장은 (KT와 SKT의) 양강구도에 플러스 알파 정도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결합상품 위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는 시장상황을 감안했을 때, M&A는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향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쳐질 경우 추가 M&A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가입자 수 격차가 크게 벌어질 LG유플러스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케이블TV 업체 씨앤앰과 현대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현대HCN이 LG유플러스의 잠재적인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M&A로 SK텔레콤 유료방송 가입자는 745만명에 이를것으로 추산된다. KT그룹(가입자 836만명)과 SK텔레콤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 LG유플러스(210만명)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팔고싶어하는 쪽과 사고싶어하는 쪽이 있으니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추가로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특히 매입 가격에 대한 부담과 인수합병 이후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대형 거래보단 규모가 작은 SO나 권역별 분할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디지털 가입자 많은 SO가 매력적
통신사가 케이블TV SO를 인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입자 확보다. 가입자 수는 M&A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지만 무조건 가입자가 많은 것 보다, 디지털 가입자 비율 높은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아날로그 케이블TV 시청자를 IPTV로 전환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사용자들은 3000~5000원 사이 가격대 서비스에 이미 충분히 만족하는 경우다.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 채널 등 의무전송채널과 홈쇼핑 채널 등을 합치면 웬만한 방송은 모두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신호 전송 방식인 8VSB를 케이블방송에도 허용하면서 아날로그 가입자들도 한 층 향상된 화질로 시청이 가능하다.
통신사 입장에선 SO 사업자를 인수한다해도 아날로그 가입자는 IPTV로 전환시키기도 어려울 뿐더러, 평균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낮은데 서비스 유지에 계속해서 비용을 투입해야한다. 그렇다고 인수 쉽게 아날로그 서비스를 정리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정부당국의 M&A 인가심사 방향성을 봤을 때 아날로그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유지를 인수 이후 3~5년 간은 지속하라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런 이유로 한 방송분야 전문가는 “통신사 입장에서 SO인수 후 떠안게 되는 아날로그 가입자는 2G폰 가입자 같은 존재일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에 비해 유료방송에 1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디지털 가입자는 IPTV로 전환이 용이하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케이블TV 디지털 가입자 중 인터넷은 통신사업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사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를 빼앗어 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디지털가입자는 254만명이 넘었지만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는 88만명으로 절반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케이블 사업자는 씨앤앰(66%), CJ헬로비전(59.4%), 현대HCN(49.9%), 티브로드(46.7%), 씨앰비(11.3%) 순이다.
■수도권의 딜레마
케이블TV 가입자 중 디지털 방송가입자 비율은 수도권 지역이 월등히 높다. 서울 66%이 경기50%다. 그런점에서 서울 경기 지역을 많이 가지고 있는 케이블 SO에 대한 통신사들의 관심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도권은 통신 3사가 이미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디지털 가입자를 확보하고 자사 IPTV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해도 경쟁사에서 뺏어가기 쉽다는 얘기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M&A는 가입자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데, 통신사 입장에서 수도권은 M&A가 아니어도 마케팅을 워낙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 의사를 적극 타진 중인 씨앤앰이 수도권에 권역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오히려 M&A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씨앤앰은 수도권을 권역으로 가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전환율도 66.6%로 다른 SO보다 가장 높고, ARPU도 15577원(2013년 기준)으로 가장 높다.
■기업 가치와 상장 여부도 주목
M&A 성사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가격이다. 아무리 다른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들더라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인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향후 M&A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거래 조건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SO 1위 업체인 만큼 통신사들은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1조9400억원 정도로 가입자당 약 45만원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상장여부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의 경우처럼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도 깔끔하고, 기업공개가 이뤄진 회사가 부채 상황 등 내부 사정이 투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다는 매력이 있다.
케이블SO 중 CJ헬로비전, 현대HCN이 상장회사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11월 거래소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규모 작은 SO 혹은 권역별 매각 가능성
통신사 입장에서 M&A를 원한다면 고려해야할 사항이 상당히 많고 복잡하다. 따라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 같은 대형 딜이 당장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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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HCN이 계속해서 M&A 시장의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HCN은 전체 가입자가 140만 정도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수도권(서초구,동작구,관악구)은 부산, 대구, 충정북도, 경상북도 등에 권역이 분포돼 있다. 또 수도권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같이 지방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디지털전환율이 50%에 가깝다. 상장회사라는 점까지 따져보면, 규모가 작은 버전의 CJ헬로비전이라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M&A를 타진하고 있는 씨앤앰의 경우 케이블SO 3위 업체로 규모가 큰 편이고 수도권 프리미엄 등을 붙여 매각 희망가로 2조5000억원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어 쉽게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씨앤앰의 권역별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