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를 통해 SK텔레콤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송-통신 업계 뿐만 아니라 규제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큰 고민에 빠졌다.
미래부로서는 인허가 주무부처로서 이 M&A에 대해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경쟁사들의 반발과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복잡해 판단이 쉽잖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특히 이번 대형 빅딜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경쟁 활성화 정책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래부는 후발 사업자를 상대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더 많이 규제하는 과거의 '유효경쟁 정책'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알뜰폰 도입 및 제4이통 사업자 선정 등을 통해 경쟁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큰 기조를 바꾸어 왔다. 이제는 LG유플러스 등 후발사업자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과거의 '유효 경쟁 정책'이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고 새로운 사업자를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한다면 업계 발전과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가 합병을 하게 될 경우 시장 쏠림이 다시 심해지고 경쟁이 제한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최근 수년간 추진해왔던 정책 기조마저 다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미래부 내에서 오간다.
미래부는 실제로 이번 빅딜이 시장은 물론 기존 규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부적으로 검토에 돌입한 상황이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합병에 대해서는 공정경쟁, 이용자보호, 기술적 능력,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아직 합병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향후 결격요인이나 시장의 피해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따져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미디어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방송통신 시장에서 조성해 온 공정경쟁 환경과 경쟁 활성화 정책을 모두 과거로 돌려놓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소식이 공교롭게도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추진한 제4이통 신청 접수 마감 날 전해졌다”며 “결국 이동통신 지배력을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고 제4이통에 부정적 시그널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점은 이번 빅딜이 경쟁을 제한할 수도 있는데 기존 규제장치로는 이를 제어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데 있다.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더라도 합산규제나 이동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규제, 결합규제 등 각종 방송-통신 규제장치에는 큰 제약이 없는 상태다.
방송통신시장에서는 지배적 사업자를 견제,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가 1/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가 도입됐지만,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를 합하더라도 이 기준에 미달한다. 또한, 이통사의 자회사가 전체 알뜰폰 시장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알뜰폰 규제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할인으로 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행위에 모두 위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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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를 SK계열 가입자로 포함시킬 경우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약 51%로 높아지는데, SK텔레콤의 경우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지배력 전이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M&A가 인가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정부로서는 향후 시장까지 예측하고 결정을 내려야 해 복잡한 수 계산이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