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SKT-헬로비전 합병 반대하는 속내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강자 출현 '꺼려'

방송/통신입력 :2016/02/18 15:07    수정: 2016/02/18 17:11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이 강행될 경우 콘텐츠 저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방송 콘텐츠 산업은 급격하게 황폐화될 것이다.”

"최근 종편이나 tVN 같은 채널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다시보기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 지상파방송 콘텐츠 역시 인기가 많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콘텐츠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시청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지상파의 위기를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지상파방송 단체인 한국방송협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이 방송 콘텐츠 산업의 황폐화를 가져온다고 공격하자, SK 진영에서 오히려 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스스로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사실을 자인한 것 아니냐며 지적하고 나섰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과 품질이 더 추락할지, 반대로 경쟁력이 개선될 지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얼마 전 출시한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옥수수'

지난 17일 방송협회는 미래창조과학부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대 논리의 핵심은 “거대 플랫폼 탄생에 따라 콘텐츠 가격이 저가화 된다”는 것이었다.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합병해 콘텐츠 협상력을 더 키우게 될 경우, 콘텐츠 가격을 더 낮추려 들 고 결국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가 시청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논리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가격 정상화로 콘텐츠가 잘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 시장이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위축될까 우려된다”면서 “SK텔레콤 등 대기업이 그 동안 자체 제작 등 콘텐츠에 제대로 투자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 시장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 진영의 이같은 공세에 당사자인 SK 진영에서는 합병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오히려 더 품질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 반박했다. 특히 합병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 측은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응답하라 1988' 등을 예로 들며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시장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며 지상파 진영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간 경쟁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응답하라 1988’이나, JTBC의 ‘마녀를 부탁해’ 처럼 소비자들의 선택이 늘어나 콘텐츠 가격은 점점 더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지상파 콘텐츠의 인기가 많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MCN 등이 등장하면서 바뀐 미디어 제작 환경에 맞춰 중소 제작사 등과 윈-윈 함으로써 더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열악한 환경에 처했던 외주 제작사들도 오히려 합병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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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지상파 진영이 표면적으로는 콘텐츠 품질이 저하되고 가격 수준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유료방송 업계에 거대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자신들의 콘텐츠 공급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사들에 높은 수준의 재전송료, VOD(주문형비디오) 가격을 요구하며고 큰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기존에 가입자당 월 280원 수준인 재전송료를 일방적으로 50% 수준 이상인 400원대 이상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고, 플랫폼도 기존 지상파 수신에서 유료방송, 모바일방송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점점 더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