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머슨 "클라우드 시대, 전력소비 총량 늘어"

"데이터센터 관리 시장, 클라우드와 함께 큰다"

컴퓨팅입력 :2016/01/22 06:46    수정: 2016/01/25 08:43

클라우드 인프라가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수요를 일정부분 대체하고 있지만, 모든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시장을 쇠락의 길로 몰아넣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데이터센터 전력절감을 비롯한 에너지 관리 시장은 오히려 클라우드 인프라의 확산과 함께 성장할 거란 기대도 있다.

색다른 시각의 주인공은 한국에머슨일렉트릭의 에머슨네트워크파워 사업본부(이하 '한국에머슨')다. 한국에머슨 측은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계 현황과 시장 전망, 올해 국내 조직의 사업 전략 및 변화 방향을 제시하며 이런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에머슨은 다양한 기업군과 산업계의 전산시스템용 무정전전원장치(UPS), 발전기, 항온항습장치, 관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합친 통합형 설비를 파는 업체다. 데이터센터, 통신망, 의료설비, 산업설비를 위한 온도, 전원, IT 관리와 최적화 기술을 주특기로 내세운다.

그간 각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데이터센터를 크게, 많이 운영하는만큼, 한국에머슨이 에너지 관리 및 최적화 기술을 공급할 기회는 늘었다. 단순히 볼 때 한국에머슨이 앞으로도 이런 솔루션을 많이 팔려면 국내 전산 인프라의 개별 규모는 커져야 하고, 숫자도 늘어야 한다.

한국에머슨 2016년 사업전략 발표자료 일부. 에머슨네트워크파워 사업부에서 제공하는 기술 범위를 대략적으로 나타냈다.

미래 상황은 이와 정반대일 수 있다. 클라우드 확산이 개별 전산실 또는 전통적 데이터센터 구축의 필요성을 낮출 가능성 때문이다. 민간시장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사업자가, 공공부문에선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같은 기관이 기존 수요를 일부 대체할 전망이다.

에머슨일렉트릭 본사의 네트워크파워 사업본부의 2015년 글로벌 매출은 44억달러(약 5조2천억원)였고, 이가운데 데이터센터 솔루션 매출 비중이 거의 절반(49%)을 차지했다. 클라우드가 실제 글로벌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리 솔루션 수요에 영향을 준다면 큰 타격을 우려할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연초 AWS가 한국 인프라(리전) 출범을 알렸고, IBM도 파트너를 통해 한국 데이터센터 구축을 예고했다. 직접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국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통신사업자와 대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화해 전산 자원을 효율화하는 데 분주하다.

한국에머슨은 이같은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까. 지레짐작으로 매출 확대의 악재 중 하나지만 본사와 한국지사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인식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정도의 답변을 예상했다. 그런데 직접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다음은 신일섭 이사의 설명이다.

에머슨네트워크파워 본사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대단위 데이터센터관리기술 통합인프라 솔루션. 별도 공간에 열관리, 전원공급, 랙 및 통합솔루션, 모니터링 장비, 자동 및 수동 스위치 등을 집약한 형태다.

"네. 클라우드 확대로,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서 에머슨네트워크파워같은 (운영설비 솔루션)회사의 매출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는데요. 사실 그렇지 않죠.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의 특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상화 기술 등으로 인프라를 통합하니까 물리적인 댓수는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클라우드화의 효용을 달성키위해) 더 많은 가상 서버를 돌릴 것이고, 결국 (자원 사용률을 끌어올린 결과) 절대적인 전력소비량은 증가할 겁니다. 그럼 그걸 최적화할 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가치도 함께 높아집니다."

이런 얘기다. 클라우드 인프라의 자원 활용률은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에 비해 훨씬 높다. 클라우드 확산은 결국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총량을 늘릴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가 대세여도, 에너지 관리 최적화 시장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 설명은 또 다른 측면으로도 이어졌다.

"전력사용량 증가와 별개 이슈도 있어요. 클라우드 운영 목적은 고객 요청에 맞게 인프라를 빨리 구축해서, 빨리 전달하는 거죠. 신속성이 중시됩니다. 예를 들어 AWS같은 곳은 데이터센터 확장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불과 석달이에요. 수요예측, 증설계획, 실제 인프라 구축 등을 3개월 안에 다 진행하는 거죠. 발전기 사고, 건물 임대하고, UPS와 항온항습기부터 공조장치 설치하고 하는, 전통적인 구축 방식으론 이런 일정을 못 맞춰요. 온갖 데이터센터인프라 관리장치가 통합된 '컨버지드솔루션'이라면 가능하죠."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에머슨네트워크파워는 그간 주류였던 전통적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맞춘 개별 전력관리, 공조설비 관련 솔루션 사업을 벌였다. 클라우드가 대세라면, 신속성을 중시하는 클라우드 운영사의 입맛에 맞는 통합인프라관리솔루션을 팔면 된다.

한국에머슨 2016년 사업전략 발표자료 일부. 에머슨네트워크파워 사업부에서 바라보는 향후 5년간의 데이터센터 관련 인프라 솔루션 시장의 분류별 전망을 대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건 다국적 클라우드 업체들이 곳곳에 인프라를 구축한 미국과 유럽 등 지역에서 더 자연스러운 얘기일 수 있다. 한국에머슨은 국내 시장에서 활동한다. 한국의 클라우드 인프라의 에너지 최적화 또는 통합인프라관리 솔루션 수요는 아무래도 외국대비 작지 않을까.

사실 신 이사는 클라우드와 함께 전통적인 '코로케이션' 인프라에 대한 매출도 커질 것이라 언급했다. 한국에머슨은 AWS같은 사업자보다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구축한 클라우드 인프라 및 코로케이션 환경을 성장 동력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국에머슨이 이날 사업전략 발표 자료에 인용한 에머슨일렉트릭 본사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전망 자료가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시장은 클라우드 및 하이퍼스케일, 코로케이션,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스몰IT, 4개 영역으로 구별돼 있다. 2015년에서 2020년사이, 소규모 전산실을 뜻하는 스몰IT와 중견기업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리키는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시장 규모는 각각 5.1%, 1.1%씩 작아진다. 반면 같은기간 클라우드 및 하이퍼스케일 시장은 17.0% 성장하고, 코로케이션 시장도 6.8%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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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올해 한국에머슨이 역점을 두는 분야는 통합솔루션 비즈니스이며, 목표는 데이터센터와 코로케이션, 금융 및 통신산업 인프라와 여러 산업용 인프라 등에서 점유율 확대다. 중소형 솔루션 저변 확대, 파트너와의 상생, 기술 및 고객서비스 지원 강화도 예고됐다.

연내 본사 차원의 조직 변화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말 에머슨일렉트릭 본사가 에머슨네트워크파워 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한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에머슨에서도 관련 절차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명과 로고, 사업전략과 운영모델 등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인 분리는 본사 회계연도 마감 시점인 오는 9월 30일 이전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