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인 이 모씨는 아직도 응팔(응답하라1988) 앓이 중이다. 잦은 저녁 모임으로 본방송을 시청한 건 손에 꼽지만 스마트폰 VOD로 놓친 방송을 꼬박 꼬박 챙겨봤던 그는, 1회 부터 마지막화까지 다시 '정주행'(웹툰, 드라마 등 시리즈 전편을 다시 보는 행위)하며 종영의 아쉬움을 달랠 생각이다.
#40대 회사원 최 모씨도 종영이 아쉽긴 마찬가지다. 그는 응팔을 보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는 곧바로 퇴근해 집에 올 만큼 열성 시청자였다. 주말엔 10대 자녀들과 함께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 클립을 찾아보는 재미도 컸다며 아쉬워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지난 16일 종영했다. 마지막회(20화) 평균 시청률은 19.6%로 케이블TV 방송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썼다. 하지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나왔다는 말로는 응팔이라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다 표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지상파 드라마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응팔의 인기가 더 폭발적이었음에도 시청률 수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 행태는 유료방송, VOD, 모바일 방송, 심지어 유튜브 등을 통한 OTT 서비스로 진화하는데, 시청률 조사방식은 과거 안방에서 온 식구가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시청률 조사방법은 여전히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 올해 통합시청점유율 조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통한 실시간 및 비실시간 시청을 모두 조사해 시청률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2016년 업무보고에서도 시청행태 변화를 반영해 콘텐츠의 올바른 가치 측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방송계에서 고대해 온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가 도입될 수 있을까?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까지 통합시청점유율을 발표해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지난 2년간 시범 조사를 통해 통합시청점유율 조사에 필요한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춰 본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가 현실화 되기 까지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시청률 조사 결과가 곧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구체적인 집계 방식에 대해선 업체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해를 조율하는 것 뿐만 아니라 통합시청점유율 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 OTT-웹드라마-클립 영상 시청 반영 추진
통합시청점유율 조사에는 방송을 볼 수 있는 모든 매체가 포함된다.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TV 시청(OTT), 네이버TV 캐스트 등을 통한 웹드라마, 클립형 영상 시청도 반영된다. 따라서 플랫폼에 따라, 제작하는 콘텐츠의 종류나 주시청자 층에 따라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시청률이 나올 전망이다. 매체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커 벌써부터 합산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청 매체의 몰입도에 따라 가중치를 줘야하는지 등도 쟁점 사항이다. TV로 시청할 때보다 스마트폰으로 시청했을 때, 실시간 방송보다 VOD를 찾아 봤을 때 몰입도가 더 클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경우 가중치를 줘야한다는 의견과 매체의 영향도나 몰입도를 측정하기 어려우니 모두 동일하게 하자는 의견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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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시청점유율 조사는 방통위가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이다.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신규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을 반영한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이 절실하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임기내(2017년)에 통합시청점유율을 만들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부터 통합시청점유율 도입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방통위는 이미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들과 매달 민간협의회를 진행중에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건 광고주가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보고 좀 더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통합시청점유율이 도입되면 1인미디어, OTT, 웹콘텐츠 등 새로운 서비스와 신규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 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