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아침, 직장인과 학생들은 주말에 방송된 인기 프로그램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적인 인기 예능 프로인 KBS ‘개그콘서트’와 MBC ‘무한도전’이 대표적이다. TV를 즐겨보지 않는 이가 아니라면 누구나 방송된 내용을 마치 같이 본 것처럼 알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기관이 발표한 수치만 보면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주말 최고 시청률 예능이라고 해봤자 고작 10%를 넘는다. 10가구 중에 한 집만 봤다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도 인식하는 부분이다. 조사 대상자 가정 내에 시청률을 조사하는 기계를 놓고 집계해서는 감춰진 시청자들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감춰진 시청률의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출퇴근길이나 등하굣길에서 스마트폰으로 밀린 방송을 보는데 여념이 없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집에 들어가서도 실시간 본방송을 보는게 아니라 놓쳤거나 밀린 방송을 유료방송 서비스인 다시보기(VoD)로 보기 바쁘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스마트미디어시청점유율 시점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가운데 눈길을 끄는 수치가 있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은 가구 시청률 19.25%(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동시에 VoD 이용 건수는 지난해 말 2달 동안 2천400여만건을 기록했다. 실제 시청자를 단순히 기존 시청률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지목하는 수치다.■스마트미디어로 다변화된 방송시장
KT경제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시청행태 조사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통합시청률’ 또는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란 뜻에서 ‘크로스 플랫폼 시청률(XPR)’ 방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 전통적인 TV 방송 시청 행태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에 TV 앞에 있어야 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는 편성 전략을 통해 최대 시청자를 이끌어 내려고 했다.
다양한 스마트미디어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는 DMB 서비스가 시작됐다. VoD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터넷이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들도 가세했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방송 다변화는 가속도를 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현재 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로로 ▲방송사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시청 ▲플랫폼 사업자 제공 방송서비스 ▲포털, 유튜브 등 인터넷사업자 제공 방송서비스 ▲단말기 제조사 제공 방송서비스 ▲기타 국내외 불법 서비스 등을 꼽았다.
제대로 된 시청률 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국내 방송 VoD 서비스는 시청지점이나 배속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와 달리 방영시간을 측정 기준으로 삼아 시청률 합산이 어렵다.
통합시청률 조사를 위한 논의가 막 시작된 가운데 방통위는 방송프로그램마다 식별코드를 삽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정확한 시청률은 왜 필요할까
방통위는 당장 이달부터 방송사업자, 광곶, 앱 개발사, 시청률 조사업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청률 조사 기술 표준화를 이끌고 실행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미디어 시청기록 본조사를 오는 8월부터 시작해 조사 결과는 내년 초에 발표한다. 국내서도 해외처럼 통합시청률 조사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양새다.
다변화된 방송 시장 환경에 맞는 시청률에 대한 수요는 단연 광고업계 최대 관심사다. 시청률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에 할당되는 광고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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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입장에서도 자사가 제작한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내에 포함된 광고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경우 당장 얼마나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는지 집계의 문제도 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방송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통합시청률 조사가 필요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조사 방식의 시청률 결과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방송 시청 점유율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수치를 얻어 공공재인 방송 다양성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