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복고 열풍을 불러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자체 제작 드라마로는 전무후무한 최고 시청률 9.47%(TNmS리서치 조사)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 시청률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사람들은 TV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 드라마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9월 3주차(9월 17일~23일) 기준 각종 SNS와 블로그, 포털 카페·커뮤니티 등에서 응답하라 1997을 언급한 횟수는 무려 4만2천418건.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3만3천869건)과도 1만여건이나 차이 나는 숫자다.
종영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이 드라마가 네이버 국내드라마 일간 검색어 순위 5위권 내 올라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한 대목이다.
서점가에선 ‘90년대에 사랑 받았던 책’을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유통가에선 90년대 인기 아이템 판매전에 돌입하거나 가격 회귀 마케팅을 펼친다. 이 역시도 응답하라 신드롬에서 파생된 단면이다.
이처럼 체감 시청률이 실제 시청률을 앞지르는 현상은 TV 시청률 조사의 한계를 바로 보여준다. 기존 재택 TV 시청 가구수만을 반영한 시청률이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급증하고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과 시청 소비 행태를 여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E&M이 닐슨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CoB모델’은 TV시청과 TV가 아닌 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의 행동까지 지수화해보자는 시도다. CoB의 ‘B’가 바로 소비자 행동을 뜻하는 비헤비어(Behavior)다.
최수경 CJ E&M 전략기획국장은 “예전에는 TV를 보면서 휴대폰 등 다른 세컨드 스크린을 이용하는 것이 ‘딴짓’으로 생각됐지만 이제는 ‘몰입’으로 봐야 한다”며 “콘텐츠가 사용자간 네트워킹의 매개체가 되고 있는데 아직도 시장은 시청률이라는 수치 하나만 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시청자와의 간극을 좁히려는 CJ의 실험은 이미 진행 중이다. 우선 지상파 3사와 CJ E&M 계열 7개 채널의 프라임타임대 예능·드라마·음악·인포테인먼트 분야 70여개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들이 이내 발견됐다. 실제 시청률에선 10위권 밖에 있던 프로그램들도 COB모델에 입각해 도출한 콘텐츠 파워지수(CPI·모바일 시청량, 검색량, 뉴스 구독량, SNS 언급량 집계)에 근거하면 10위권 내 들어가는 사례가 속속 나온 것이다.
예컨대 지난 5일 끝난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경우가 그렇다. 이 드라마는 지난 8월 15일 시청률 7.3%로 출발해 끝내 4~5%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렀지만 CPI에 따르면 전체 순위 10위 안에 있다. 이는 방송 콘텐츠를 이전처럼 단순히 ‘봤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까지 CoB에 대한 방송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방송광고 구매/판매 거래 화폐로 워낙 확고히 자리잡은 탓이다. 더군다나 시청률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광고 시장에 등장한 새 모델에 비용을 추가적으로 투자하려는 광고주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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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희망적인 근거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최 국장은 “비공식적으로 자료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시청자 몰입도와 관여도가 높은 프로그램 광고를 구입하는 게 효과적이고, CoB가 콘텐츠 마케팅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현 시청률의 보완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에선 현대인들이 하루 30시간을 산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냈다. 실제 하루는 24시간이지만 ‘멀티 태스킹(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24시간을 30시간으로 쓴다는 말이다. 이게 CoB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