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이어 현대차에 "순환출자 지분 팔아라"

현대차 "유예기간 연장 요청...시장충격 완화 대책 강구"

카테크입력 :2015/12/30 11:23

정기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늘어난 순환출자 지분을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두 회사의 합병일은 올 7월 1일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속하는 계열사 간 합병에 의한 계열출자는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지만, 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경우 늘어난 지분을 6개월 안에 모두 처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1일까지 합병으로 늘어난 지분 881만주, 약 4천607억원(29일 종가 5만2천300원 기준)에 달하는 추가 출자분을 처분해야 한다.

(표=공정거래위원회)
(표=공정거래위원회)

30일 공정위는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7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내년 3월 1일까지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다만 현대차그룹는 유예기간이 불과 일주일여 남은 상황에서 처분을 통보받아 더 난감한 입장이다. 현대차의 남은 유예 기간을 감안하면 4천억원에 달하는 주식의 매각 대상은 물론 주간회사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기간 내에 주식 처분이 이뤄진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막대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연내 추가 출자분을 모두 처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공정위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라는 측면에서 내려진 판단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다만 이달 말까지 지분을 처분할 경우 투자자 손실 등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유예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관련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제철(존속)과 현대하이스코(소멸)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총 6개에서 4개로 2개가 줄었다.

'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서 '현대차→합병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합병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로 출자가 된 셈이다.

2개 고리의 순환출자가 강화됐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추가 취득하게 된 574만5천741주(4.3%), 306만2천533천주(2.3%) 등이 추가 출자분에 해당하므로 통합현대제철 주식 880만8천294주를 해소해 순환출자 고리를 과거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시장의 혼란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현대차와 협의를 거쳐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건은 삼성 건 검토 진행중인 지난 10월 26일 법적용 여부에 대한 질의를 해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이번에 법 집행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공개된 만큼 향후 유사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또 계열 출자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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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하더라도 공정위는 이와 관련된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주식 처분이 지연될 경우 전원회의를 열어 처분 기간이 촉박한 점 등 사정을 고려해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