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지만…속도 붙는 정의선 승계

현대차, 잇단 계열사 합병...부회장단 세대교체

카테크입력 :2015/07/01 13:40    수정: 2015/07/01 18:15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연이은 계열사 합병 작업을 단행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원화강세 등 환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계열사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일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주요 사업 부문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철강 부문이 하나로 통합되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양사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시가총액 10조원, 연간 매출액 최대 25조원, 총 자산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철강기업으로 재탄생한다. 현대제철은 합병 후 조강생산 기준 글로벌 톱10 철강사로 도약하면서 다양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이처럼 규모가 커진 현대제철이 출범하면서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품질총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장기간 설비 투자에 따른 부담과 업황 부진 등이 겹쳐 매출과 이익 모두 역성장했던 현대제철은 정 부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 작년부터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이번 합병 후에도 현대제철의 주요 주주는 기아차(지분 19.57%), 정몽구 회장(11.81%), 현대차(11.18%)로 큰 변화는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경영을 맡아 실적이 개선될수록 지분율을 떠나 그룹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하게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재한 MK...승계 사전작업은 지속

작년 3월 9년 만에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정몽구 회장이지만 아직까지도 직접 주요 현안을 챙길 만큼 현대제철은 각별하다.

당시 현대제철에 애착을 보였던 정 회장이 이사직에서 사퇴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아들인 정 부회장을 위한 퇴진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2012년부터 현대제철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으며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사실 정몽구 회장이 왕성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경영 승계를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합병이 진행된 계열사들 역시 한결같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사업재편의 일환이라고 틀에 박힌 입장만을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삼성과 달리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현대차의 경우 경영 승계가 급한 상황도 아닐뿐더러 드러내 놓고 운운하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잇따른 일련의 계열사 합병이나 그룹 내 부회장단 교체 등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이번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외에도 작년 4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고, 같은해 10월에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합병으로 확보된 실탄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작년부터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의 세대교체가 진행된 점도 정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정의선 부회장을 포함해 총 14명에 달했던 부회장단은 이제 9명으로 줄었다. 평균연령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2월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4월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회장도 자리를 비웠다. 같은해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다. 한규환 현대로템 부회장과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도 지난해 마지막 날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지난달에는 안병모 기아차 미국생산판매담당 부회장도 퇴진했다.

관련기사

특히 정 회장의 '복심'으로 통했던 최 부회장과 설 부회장, 그룹 1세대 경영진으로 꼽히는 박 부회장의 퇴진은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 체제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결국 정 부회장보다 먼저 부회장 직함을 단 임원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