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4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되면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
노사 모두 연내 타결 실패에 따른 파국을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려는 긍정적인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시행 등 주요 쟁점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채 갈등의 불씨를 남기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3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2차 본교섭에서 자정을 넘긴 마라톤 교섭 끝에 2015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한 지 7개월여 만이다.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9월 22일까지 총 28차례 교섭을 진행, 노조 집행부 선거 이전 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새롭게 당선된 박유기 노조 집행부와 지난 15일 협상을 재개, 미타결 쟁점을 중심으로 집중교섭을 벌였다.
노사는 연내 타결 실패시 예상되는 파업으로 인해 부품 협력사와 지역경제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파국만은 막자는 노사간 의지가 극적 합의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 예측 불가능한 내년 경제상황도 신속한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신(新)임금체계 도입에 대해서는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제인 만큼, 내년 단체교섭시까지 지속 논의해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
쟁점인 임금피크제 역시 내년 임금협상에서 확대 방안을 다시 논의해 시행하기로 했다. 간부사원만 우선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전년대비 임금은 각각 만 59세에 10%, 만 60세에 10%가 감소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만 58세를 정점으로 '59세 동결, 60세 전년 대비 임금 10% 감소' 형태로 운영 중인 조합원 대상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내년 단체교섭에서 합의해 시행하기로 했다.
노사는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형태인 8+8 근무형태 도입에도 합의했다. 노사는 이를 위해 2조 잔업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 및 임금을 보전키로 합의했다. 시간당 생산대수(UPH) 상향 조정, 휴게시간·휴일 축소 등을 통해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이 기존과 동일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8+8 근무형태 변경이 완료되면 기존 2조 근로자 퇴근시간이 새벽 1시 30분에서 0시 30분으로 1시간 당겨져 장시간 노동 및 심야 근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잔업 1시간을 없앤 셈이다. 현재는 1조 근무자 8시간(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3시 30분), 2조 근무자 9시간(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0분) 일하는 형태다.
임금 부문에서는 물가상승률, 내년 경기상황 등 주변 여건을 감안, 기본급은 8만5천원 인상하기로 했다. 또 성과 격려금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된 경영실적이 반영돼 성과급 300%+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은 또 고급차런칭 격려금 50%+100만원, 품질격려금 50%+100만원, 별도합의주식 20주, 소상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 지역경제 기여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권도 인당 2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다만 회사는 노조의 해외·국내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해고자 복직,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 인사 경영권 관련 요구에 대해서는 회사가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변함없는 고객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생산성 제고 및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8일 실시될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가 타협을 이끌어냄에 따라 매년 뒤따르는 행보를 보여온 기아자동차 노사 역시 조만간 협상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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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시행 등 주요 쟁점을 완전히 봉합했다기 보다는 해결을 뒤로 미루며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시행 등 올 임단협의 주요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향후 노사 관계에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협상도 강성 노조와 치러야 하는 만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