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가 파업과 희망퇴직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처한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양사 모두 연초 내세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는 연말 대목을 맞아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8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목표 달성은 힘든 상황이지만 2년 연속 800만대 달성을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내수 시장에서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거둘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11월 누적 기준 국내 시장에서 110만6천231대(현대차 63만2천61대, 기아차 47만4천170대)를 판매했다. 월 평균 판매량을 감안하면 판매 목표인 117만대(현대차 69만대, 기아차 48만대) 달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내수 120만대를 넘어서는 건 1996년(128만대) 이후 19년 만이다.
하지만 강성 집행부가 다시 들어선 노조와의 불협화음으로 속이 편치 않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동참,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21~24일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측은 이번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3천577대를 생산하지 못해 709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번 파업을 명백한 정치파업으로 규정, 노조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파업 전날 3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노사는 이번주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병행하며 집중 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파업으로 불거진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쟁점인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문제를 놓고도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임단협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연내에 마무리짓기 위한 마지노선은 오는 24일이다. 임단협이 해를 넘길 경우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당장 이달은 물론 연초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투싼 등 인기차종은 물론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신형 아반떼, 스포티지, K5 등의 신차들의 공급난이 불가피하다.
사운(社運)을 걸고 출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데뷔작 'EQ900(해외명 G90)'의 물량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EQ900는 당장 계약해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약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신차 생산 일정 차질은 수요가 몰리는 초기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쟁차종으로 계약 수요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킨다는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노조의 파업은 명차 브랜드를 지향하는 제네시스의 대내외적 이미지 훼손과 직결된다.
한국GM 역시 지난 2007년(10.3%) 이후 한 번도 내수시장에서 도달하지 못했던 10% 점유율을 올해 목표로 공언했지만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GM은 올 1~11월 국내시장에서 14만117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8.0%다. 한국GM은 연초 17만7천대를 목표로 잡았다.
하반기 들어 신차들의 판매 증진으로 목표 달성이 가시화 됐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볼륨 신차인 스파크는 기아차 모닝의 판촉 공세에 밀리는 모양새고,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꾸준한 수요에도 물량난으로 없어서 못 파는 신세가 됐다.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국GM은 내달 4일부터 13일까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앞서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경쟁력 확보와 조직의 민첩성 및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게 됐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사측은 추가적인 인력구조 조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차량 판매 감소에 따라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추가 퇴직도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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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 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고공 행진으로 실적 갱신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내수 10만대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서 올 1~11월 8만8천313대를 팔았다. 이달 한 달간 1만2천여대를 판매해야 목표치에 도달한다. 연말 차량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쌍용차가 내수 10만대를 넘어선 건 2003년(12만9천대)이 마지막이다.
올해 마땅한 신차가 없었던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8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이 회사는 11월 누적 기준 국내시장에서 6만9천782대를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