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 정치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차 노조는 2008년 이전 노동법 개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이슈로 정치파업을 벌인 적이 있으나 그 이후로는 처음이다.
사측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당초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파행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 노조는 15일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1·2조 근무자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잔업 역시 거부한다.
1조는 오는 16일 오후 1시 30분부터, 2조는 오후 3시 30분부터 각각 2시간씩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오전 0시 20분부터 70분간 실시하는 2조 근무자의 잔업도 거부한다. 이번 부분파업에는 울산공장은 물론 전주공장과 아산공장, 남양연구소, 현대모비스, 정비와 판매 부문 조합원도 참여한다.
노조는 파업 후 오후 2시 30분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전체 조합원 집회를 연다. 이어 오후 4시부터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으로 열리는 태화강 둔치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민주노총 주관 각 지역별 집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강성 집행부가 재집권하면서 향후 노사 관계에 난항이 예고됐다. 지난 10일 출범한 새 집행부를 이끄는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2006년에도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며 당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대표적인 강성 인사로 평가받는다. 재임 당시 현대차 노조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시켰고 비정규직법과 민주노총 총파업, 임단협 파업 등을 포함해 역대 최장 기간인 45일간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출범 당일 통상임금 소송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사측에 대해 선전 포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쟁대위에 앞서 3개월 여만에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별다른 협의 없이 상견례와 향후 교섭 방식 등에 대한 논의만 한 채 4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노조가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하면서 연내 임단협 타결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가 강경 드라이브를 지속할 경우 내년에도 타결에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측의 고심 역시 깊어지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연이은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4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향후 임단협 추이에 따라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가뜩이나 신차들의 물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형 아반떼, 투싼 등 인기차종의 공급난은 물론 글로벌 프리미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제네시스 'EQ900(해외명 G90)'의 물량난도 예상된다. 특히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고급차 브랜드로 새 출범한 제네시스의 대내외적 이미지 실추는 초기 시장 안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60여명의 해외법인장을 불러모아 제네시스의 조기 시장 안착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노조의 이번 파업은 이같은 사측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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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번 노조의 파업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명백한 정치파업"이라며 "필요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단협 교섭이 재개된 상황에서 교섭과 전혀 무관한 정치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노사간 신뢰의 근간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