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AP 시장 지각변동...중국세 거세진다

애플 빼고 미디어텍 등 중화권 업체만 점유율 성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11/20 08:33

송주영 기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시장 부동의 1위 퀄컴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반면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 등 중화권 업체 점유율은 상승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제조업체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중화권 AP 업체의 영향도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1위는 퀄컴(29.3%), 2위 미디어텍(26.2%), 3위 애플(20.5%), 4위 스프레드트럼(11.2%), 5위 삼성전자(6.3%)다. 매출 기준 퀄컴이 1위(34.2%), 애플이 2위(28.5%), 미디어텍이 3위(19.5%), 삼성전자가 4위(8.6%), 스프레드트럼이 5위(4.2%)다.

우리나라 업체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AP 시장점유율 5위권 내에 들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이후 점유율 정체 상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성장 속도는 더디다.

■시장 1위 퀄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점유율 기록

5위권 내 업체 중 3분기 점유율 변동폭이 가장 큰 업체는 퀄컴이다. 퀄컴의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30%, 매출액 기준 40%선 아래로 내려왔다. 퀄컴 AP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분기 이후 11분기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퀄컴은 지난 이 기간 동안 단 한번도 매출액 분기별 점유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3분기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 판매를 앞두고 AP 물량을 늘리며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 업체 점유율이 하락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퀄컴의 하락폭은 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퀄컴 지난 3분기 AP 시장 점유율은 11분기만에 최저치였다.

퀄컴의 아성에 도전한 업체는 바로 대만 미디어텍이다. SA는 미디어텍이 지난 3분기 출하량 기준 1억개를 넘긴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애플에 뒤져 3위를 차지했지만 저가 제품 확대로 출하량 기준으로 2위를 차지하며 퀄컴을 바싹 뒤쫓았다.

양사 점유율 격차는 불과 3.1%포인트로 내년 미디어텍의 전략 여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좁혀졌다. 퀄컴은 지난 2분기 38.8% 점유율을 보였지만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 공세 속에 3분기 점유율이 9.5%포인트나 줄었다. 3분기 출하량도 1억1천960만개로 2분기 1억4천730만개 대비 2천770만개 감소했다.

반면 미디어텍은 출하량이 2분기 8천890만개에서 3분기 1억690만개로 늘었다. 점유율은 2분기 23.4%에서 3분기 26.2%로 2.8%포인트 뛰었다. 출하량 점유율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업체는 2분기 대비 3분기 7.1%포인트 성장한 애플이지만 퀄컴과 경쟁관계는 아니다.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미디어텍이 퀄컴의 점유율을 가져갔다는 의미다. 애플을 제외하고 5위권 업체 중 가장 높은 점유율 증가폭이다. 안드로이드 시장만 보면 미디어텍의 점유율 증가폭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텍 다음으로 중국 스페레드트럼이 2분기 대비 0.9%포인트 증가폭을 보였다.

(자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문제는 출하량 감소가 퀄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출하량을 쫓아와도 매출만 지켜낼 수 있다면 자금이 쌓이니 상관없는데 퀄컴 매출은 2분기째 감소했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SoC 시장에서 선전했다. SA 자료를 분석한 결과 퀄컴 AP당 ASP(평균판매단가)는 15.27달러다. 미디어텍은 9.71달러로 양사 ASP 차이는 5.56달러다.

■내년 중국 잡아야…업체별 전략제품으로 경쟁 치열

시장 판도 변화 속에 내년 AP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경쟁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AP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2012년경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로 재편되면서 AP 시장도 출렁인 바 있다. 삼성전자, 애플 주력 스마트폰에 AP를 공급하지 못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ST에릭슨, 프리스케일, 엔비디아 등이 이후 줄줄이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업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사양, 디자인 경쟁이 가격 경쟁으로 바뀌면서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시장 5위권 업체 중 삼성전자, 애플을 제외한 3, 4, 5위가 모두 중국이다. 화웨이, 레노버-모토로라, 샤오미 등이 순위권에 있다.

(자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지난 2분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를 살펴보면 중국 ZTE, TCL(알카텔)도 샤오미와 순위경쟁을 하고 있고 비보, 오포 등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AP업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공략하는데 실패한다면 앞서 TI, 엔비디아 꼴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관측이 다소 과장됐다고는 하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퀄컴이나 삼성전자가 TI처럼 스마트폰 AP 사업을 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퀄컴은 내년 삼성전자 갤럭시S7에 스냅드래곤820을 공급하며 점유율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반을 잡지 못하면 삼성전자는 캡티브 시장에 안주해야 하고 퀄컴은 중장기 성장 한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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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업체들은 이미 내년 시장을 준비하며 전략 제품을 하나둘씩 꺼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첫 프리미엄 모뎀통합칩 '엑시노스8890'을 선보이며 거래선 확대를 노린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AP 역사사상 처음으로 커스텀 코어를 채택했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7에도 탑재될 전망이다. 신현준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엑시노스8890을 통한 삼성전자 노림수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는 AMOLED를 중국 스마트폰 일부 업체에 전량공급하며 선전하고 있다”며 “AP도 중국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은 크라이요 코어를 탑재한 스냅드래곤820 발표행사를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하고 시장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미디어텍은 세계 최초 데카코어에 트라이-클러스터(Tri-Cluster)로 듀얼 클러스터 빅리틀 대비 성능, 전력효율을 40% 향상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