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업계가 중국의 자국 인력 빼가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해야 한다며 옹호하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9일 대만 디지타임스는 미디어텍, TSMC 회장이 중국-대만 반도체 업체가 협력할 수 있는 열린 정책을 마련하고 중국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밍카이 차이 미디어텍 회장은 최근 정부 행사에서 “중국 업체의 출현은 세계 공급망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논쟁거리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차이 회장은 “대만 반도체도 세계 공급망 변화 속에 중국 반도체와 협력으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도 최근 행사에서 “대만은 중국 기업에 대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라며 “대만 정부가 중국 기업의 투자를 금지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 반도체 업계 수장들의 이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다. 대만 반도체 업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인력과 기술 빼가기가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발언한 것은 중국의 눈치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창 회장은 TSMC를 포함한 대만 반도체 기업의 인력 유출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이 대만 고숙련 기술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TSMC도 재능 있는 인력 몇몇이 중국 회사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창 회장은 “TSMC 역시 중국에서 재능 있는 인력을 찾기도 한다”며 “그러나 중국인의 대만 내 근무와 관련한 몇몇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따른 대만 반도체 인력 빼가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대만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칭화유니그룹은 대만 메모리 업계 핵심인물인 찰스 카우를 영입했다. 찰스 카우는 대만 D램업체 이노테라 회장, 난야 사장 등을 지낸 대만 메모리 핵심 인력이다. 미디어텍의 경우 칭화유니그룹이 공개적으로 대만 언론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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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를 대표하는 업계 수장들이 인력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개방을 강조한 것은 인력 유출은 막을 수 없는 일이 됐고 반발보다는 협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의 대만 개방 요구도 압박이 됐다.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최근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중국에 제품을 팔 수 없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