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대신하는 컴퓨터, '제조의 미래'

오토데스크,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소개

컴퓨팅입력 :2015/11/07 12:09    수정: 2015/11/09 09:03

<도쿄(일본)=임유경 기자>“앞으로는 컴퓨터가 디자이너를 대신해 조건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화시키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D 디자인 소프트웨어(SW) 업체 오토데스크의 칼 배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 일본 도쿄에 오픈한 오토데스크 팝업 갤러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컴퓨터가 스스로 최적의 디자인을 만드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 제조의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토데스크 칼 배스 CEO

칼 배스 CEO는 오늘날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실현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 컴퓨터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컴퓨팅을 희귀한 자원처럼 다뤘다.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커피 한잔 값으로 수십 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컴퓨팅은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자산이 된 것이다. 디자인 작업에서 컴퓨터를 활용할 때도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디자인 파일을 만드는 보조적인 도구로 컴퓨터를 이용해 왔다. 단지 2D에서 3D로 발전했을 뿐이지 지난 수십년간 컴퓨터가 해오던 일은 디자인을 디지털 파일로 만드는 일이었다. 무한대에 가까운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된 지금,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디자인 활동에 포함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다.

칼 배스 CEO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한 디자인이라며 기하학적인 구조로 디자인된 엔진 블록 이미지를 띄워 보였다. 디자이너가 필요한 조건을 알려주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디자인을 생성한 결과이다. 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한일은 필요한 특징을 규정 지은 것뿐이다. 예컨대 '열 교환기에서 열을 최적으로 전달하고, 또 가벼워야 하며 위에서 발생한 하중에 잘 견디는 디자인’이라고 규정하면 이런 조건을 기반으로 최적의 디자인을 찾아내는 것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게된다.

컴퓨터가 디자인한 엔진블록
사람 팔 골격과 비슷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스윙암

칼 CEO는 “컴퓨터가 차례차례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통계 기법을 이용해 우리가 제시한 문제에 대한 최적의 답을 찾은 결과”라며 "이것은 혁신적인 기술이다”고 말했다.

그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한 또 다른 예로 전기 오토바이 업체 라이트닝 모터사이클(Lightening Motorcycle)이 만든 스윙암(뒷바퀴를 양쪽으로 지지하는 차대)을 소개했다. 라이트닝 모터사이클은 시속 354km/h까지 달릴 수 있는 오토바이다. 스윙암을 제작할 때 고려한 사항은 무게가 가벼워야 하고 또 빠른 속도로 달릴 때도 뒷바퀴를 안정적으로 부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컴퓨터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디자인을 찾아 냈는데 그 모양은 마치 사람의 팔 골격같이 생긴 것이었다.

칼 CEO는 "컴퓨터가 만든 가상의 진화가 사실상 '실제' 진화를 반영한 경우”라며 "자연이 수십억 년 동안의 실험 끝에 만든 것과 결국 거의 똑같은 형태로 나온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오토데스크는 오토데스크 위드인(Autodesk Within)이라는 SW와 드림캐처(Project Dreamcatche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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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 파워의 발전, SW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실현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컴퓨터가 자동생성한 디자인은 복잡한 격자구조 등 기하학적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칼 배스 CEO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대부분 3D프린팅을 이용해 제조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가 아는 여느 다른 제조 방법으로는 쉽게 만들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가 디자인을 대신하게 되면 사람 디자이너의 역할은 축소될까? 디자이너의 역할은 축소된다기 보다 더 본질적인 디자인 문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게 칼 바스 CEO의 생각이다. 그는 "디자이너는 디자인 문제를 구체화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