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부터 의료까지...3D디자인 기반 기술혁신 가속

컴퓨팅입력 :2015/11/06 17:23    수정: 2015/11/06 17:30

<도쿄(일본)=임유경 기자>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단지 보기 좋고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을 바꿀 만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최근엔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툴이 등장하고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 쉽고 빠르고 값싸게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되면서 빠른 실패를 경험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3D디자인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오토데스크는 이러한 변화를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CAD뿐 아니라 설계 및 시뮬레이션 SW, 영화 제작에 쓰이는 모션캡처와 컴퓨터그래픽(CG)까지 다양한 디자인 도구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다양한 디자인 도구들이 예상치 못한 분야에 적용돼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디자인 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사례를 일반인들이 접해볼 수 있도록 지난달 23 일부터 오는 8일까지 일본 도쿄에 팝업 갤러리를 연다. 5일 방문한 도쿄 팝업 갤러리에는 자동차, 공예품, 의료 , 건축,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디자인 기술이 적용돼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40여 개 디자인 사례가 전시돼 있었다. 그중 몇 가지만 골라 소개한다.

로봇팔이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로봇팔

인스타그램 사진 보고 그림 그리는 로봇

오토데스크 도쿄 팝업 스토어에는 동양적인 감성이 풍기는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선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로봇이다. 로봇팔 끝에는 먹물이 나오는 붓이 달려 있는 모양을 한 이 로봇은 연신 뭔가를 그리고 있다. 설명을 들어보니 근방 1k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수묵화 그리는 로봇인 셈이다. 로봇은 높은 빌딩과 달콤해 보이는 케익, 일본라면 사진을 붓으로 그려냈다. 사진 속 물체를 붓선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에서 백터 그래픽을 추출해 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오토데스크 벡터라이즈 잇(Autodesk Vectorize It)을 활용했다고 한다.

3D모션 캡처 및 3D프린트 기술로 만든 나이키 콘셉트 운동화
개인 맞춤형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3D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했다.

모션 그래픽 분석과 3D프린터로 만든 개인 맞춤 운동화

스포츠 용품은 선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얼마나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돼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모션 그래픽 분석과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사람마다 다른 신체 특징까지 고려해 스포츠 용품을 만들 수 있다. 나이키는 도쿄팝업스토어에서 미래형 운동화는 제작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이 센서를 부착하고 움직이면 모션 캡쳐 툴이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캡처한다. 동작뿐만 아니라 달릴 때 어떤 근육이 움직이는지 발바닥이 지면과 닿을 때 밀어내는 힘이 어느 부분에 얼마나 세게 작용하는 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해 내면 쉽게 개인 맞춤형 운동화를 제조할 수 있다.

3D설계 및 모델링 SW와 3D프린터로 만든 인공팔

비싼 인공팔은 가라! 3D 프린터로 만든 저렴하고 멋진 인공팔

일본 스타트업 엑시(exiii)는 팔절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멋진 디자인의 인공팔(bionic arm)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외관 디자인도 바꿀 수 있고 필요한 기능에 따라 부품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이런 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엑시는 클라우드 기반 3D 디자인툴인 오토데스크 퓨전360을 이용해 설계와 모델링을 했고 3D프린터로 출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떤 디자이너나 개발자라도 인공팔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3D디자인 데이터를 포함해 인공팔 제작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산호초 모델링를 3D프린터로 찍어냈다.
고해상도 사진을 3D모델링으로 변환시켜 산호초의 성장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산호초를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

과학자들은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산호초의 변화를 추적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산호초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혹은 없어졌는지를 측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바닷속에 직접 줄자를 들고가 일일이 크기를 재왔다고 한다. 비영리기구인 하이드러스(Hydrous)는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인 캐논5D마크3와 사진으로 모델링을 만들어주는 SW 오토데스크 리캡(recap)을 활용해 산호초 측정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들은 몰디브 해변 산호초 사진을 수천 장 찍은 후 모델링 SW에 업로드해 산호의 면적, 크기, 색상의 세밀한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해 해양 과학자들은 산호초의 변화를 시각화하고 또 정량화 할 수 있게 됐다. 또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산호초의 크기 및 형상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게 됐다. 이렇게 산호초의 변화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하면 각국 정부가 산호초 보호 정책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연소 시 배출 연기가 거의 없고 남는 열로 충전까지 할 수 있는 홈스토브
홈스토브는 개발도상국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감으로 요리도하고 전기도 만드는 홈스토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연소 가스로 인해 매년 사망하는 사람이 2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바이오라이트라가 개발도상국 가정을 위해 개발한 홈스토브는 나무 땔감을 연소시킬 때 연기 배출을 95%까지 줄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열 전도 효율을 높여 나무 소비는 기존 보다 50% 줄였다. 남는 열에너지는 전기로 변환돼 USB포트를 통해 휴대폰이나 LED전등을 을 충전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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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라이트는 제품 하단에 위치한 송풍장치가 공기를 빨아들여 완전연소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연기가 덜 발생한다. 이런 구조를 디자인하는데는 오토데스크 3D 맥스를 이용했다. 또 오토데스크의 시뮬레이션 SW를 활용해 스토브 내부의 열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열활용을 최적했고 그 결과 남는 열로 충전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깨끗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바이오라이트의 궁국적인 목표다. 회사는 가나, 인도, 우간다, 케냐에 홈스토브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2017년까지 개발도상국에 1백만대 홈스토브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