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유료방송 기술규제 개편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유료방송 기술 규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KISDI 이종원 박사는 "SK와 CJ의 인수·합병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며 "유료방송 프레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SKT, CJ헬로비전 인수...유료방송 규제개편 불가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하면 유료방송 시장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SKT가 케이블 사업권과 IPTV 사업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현재 서로 다른 기술방식과 서로 다른 규제체계를 따르고 있는 IPTV와 케이블TV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특히 전국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의 지역 사업 부분을 RF(케이블방송)에서 IP(인터넷)로 변환시킬지, 또 가입자 전환은 어떻게 시킬지 유료방송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태다.
이종원 박사는 현재 유료방송 매체별 사업허가와 기술방식의 1:1 연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허가받은 전송만 내에서 융합된 방송신호 방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케이블 위성의 IP 방식 전송 및 IPTV의 RF 방식 혼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업과 전국사업을 구분하는 것은 계속해서 가져가되, 장기적으로 OTT 등과의 시장경쟁 상황을 고려해 규제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설비 규제를 분리하는 규제체계 도입을 검토하자고 강조했다.
현행 법령은 전송기술을 기준으로 방송 허가를 구분하고, 허가별 기술방식을 정해 매체를 차별화 하고 있다. 정부는 통합방송법 제정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원 박사는 "규제 차별로 새로운 서비스 등장이나 활용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유료방송간 전송방식별 기술규제의 적용 수준이 달라 사업자별 신규서비스 개발 및 적용에 격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준우 티브로드 상무는 "케이블업계 또한 전반적인 트랜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케이블이 지속해서 가져가야 할 방향은 있지만, IP화에 대한 기술변화, 서비스 환경 변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HFC(광동축혼합망)에서도 제약 없이 다양한 전송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에서도 OTT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준영 연구원은 "기존에 사용해오던 RF 방식보다는 IP 방식이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효과적이라 일반적인 기술 트랜드가 됐다며, 기술 기준 또한 앞으로 신기술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들어오는데…규제 역차별?
정부의 이러한 기술 규제 완화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병덕 SK브로드밴드 본부장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OTT 서비스는 유료방송서비스와 거의 동일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추후에 중장기적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것 보다 같은 틀 안에서 적극적으로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플랫폼 사업자가 자유롭게 전송망을 선택해서 사업할 수 있게 하는 규제 완화는 찬성하지만,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하 교수는 "넷플릭스가 망 없이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면서 "망 중립성이 우리나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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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평규제 차원은 공감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시장을 가져가버리는 상황은 좋지 못하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과의 해외 기업의 규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 손지윤 과장은 “현재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규제가 많다”며 “업계에서도 오랜시간 고민해 왔던 부분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과장은 “지금 상황에서 볼 때 넷플릭스는 들어올 수 있는 많은 문이 열려져 있다”며 “계속해서 관찰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