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기술 업계의 맞수인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분야까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자동차에 대한 열망은 올해초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미국 유력 경제 잡지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2월 자동차 분야 상위 10개 업체에 구글과 애플을 동시에 포함시켰다. 당시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이었고, 애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 확산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패스트컴퍼니의 영향 이후로 구글과 애플은 차량 개발에 대한 사업 강화에 나섰다. 초기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신경전을 벌였다면, 이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미래형 차량 패권을 다툴 예정이다. 구글과 애플의 움직임에 발맞춰 메르세데스-벤츠,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도 미래형 차량 개발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자율주행차에 전념하는 구글
구글은 자체적으로 매달 1일 자율주행차 사고 보고서를 발행하고, 현대차 미국법인 출신 임원을 자율주행차 분야 CEO로 임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임명된 존 크라프칙 구글 자율주행차 분야 CEO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자율주행차는 우리가 운전하면서 느꼈던 단점들을 해소시켜 줄 것이며 수천명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트윗을 남겼다.
크라프칙이 말한 것처럼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로 인한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PDF 연구 파일을 근거로 자율주행차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고,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줄여주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 동안 우리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밝혔다.
구글은 한 때 자율주행차 사고 운행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는 우려를 안았다. 이후 구글은 사고 운행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여론을 받아들여 매달 1일 자율주행차 사고 운행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거짓없이 투명하게 자율주행차 연구 과정을 밝히겠다는 구글의 의지가 담겨졌다.
구글은 당분간 차량을 직접 만들기 보다 협력 관계를 구축해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솔루션을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필립 저스터스 구글 중앙 및 동유럽 담당 디렉터는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에서 “구글이 자동차 제조회사가 될 계획은 없다”며 “구글은 자동차 관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밀주의‘ 애플, 테슬라 압도하는 전기차 만드나
애플은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차량 개발 과정을 철저히 비밀로 부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애플의 차량 개발 소식을 꾸준히 알리고 있지만, 애플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애플의 차량 개발 움직임은 지난 2월부터 외신 보도에 의해 본격화됐다. 미국 CBS 계열 방송사인 KPIX는 지난 2월 5일 현지 블로그 사이트 클레이코드닷컴을 이용해 애플 소유의 크라이슬러 미니밴 차량이 자주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의 차량 개발 프로젝트명은 KPIX 보도 이후 일주일만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포드 전 엔지니어이자 애플 아이폰 개발을 주도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타이탄’이라는 차량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를 통해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팀 쿡 애플 CEO 등 애플 임원들은 아직까지도 차량 개발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동차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나타냈다. 쿡 CEO는 지난 2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워치는 향후 자동차 키를 대체할 것”이라며 애플워치와 차량간 융합 가능성을 언급했고, 지난 5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회장과의 만남에서 자동차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애플은 최근 차량 생산관리 전문가를 영입해 차량 생산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상에 착수했다. 애플은 지난 7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FCA) 글로벌 생산 관리 총괄 출신 더그 베츠를 영입했다. 베츠는 지난 20년동안 토요타, 닛산, 크라이슬러 그룹, FCA 등에서 자동차 생산 분야를 책임져왔다. 베츠는 애플에서도 자동차 생산분야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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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구글과 달리 자율주행차 개발보다는 전기차 개발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2일 보도에서 “애플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오는 2019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을 의식해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활성화 시기를 2020년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IT업계는 애플이 테슬라를 압도할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