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왜 만들어야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엔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금융권에서 추진 중인 핀테크 오픈플랫폼에 대해서도 반대론이 없지 않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프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서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자본시장 내부에서도 투자자 우선, 고객가치향상 등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과 증권사들이 각각 내부 거래정보를 열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빗장을 여는 작업에 한창이다.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이 그것이다. 은행은 물론 투자를 본업으로 삼는 자본시장에서도 증권사 내부 정보를 연동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증권사를 중심으로하는 자본시장에서 오픈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코스콤 핀테크연구부 황극인 부서장을 만났다. 그는 오픈플랫폼을 일종의 고속도로에 비유하며, 새로운 혁신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혁신 마중물, 오픈플랫폼 구축 현황 보니...
현재 자본시장에서는 17개 증권사가 참여해 오픈API플랫폼과 온오프라인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코스콤이 주관하고 있는 자본시장 핀테크 오픈플랫폼은 크게 실무위원회와 9개 증권사 및 위버플, 뉴지스탁, 에버스핀 등 3개 핀테크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구축TF로 나뉜다.
황 부서장에 따르면 현재 구축TF가 5차례나 열리면서 서비스 범위, 내부 데이터 공개 범위, 오픈API 표준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각 참여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올해 말까지 구축이 완료되는 테스트베드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말그대로 핀테크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별도 '오픈API 디벨로퍼존(developer zone)'을 마련해 API 목록을 다운로드 받고 필요한 연동테스트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는 핀테크 인큐베이팅센터를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오픈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후방지원한다.
■금융권 속내....오픈플랫폼으로 차별화되나? 보안우려는?
일각에서는 오픈플랫폼을 각 금융사가 공동으로 만들면 회사마다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API를 공개할 경우 이에 따르는 해킹사고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황 부서장은 "금융사들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공동의 인프라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에는 나중에 또 다른 표준을 만들어야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지 기술적으로만 표준화된 공통의 API를 쓴다는 말이지 이게 이뤄진다고 해서 각 금융사가 차별화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속도로가 뚫렸다고 해서 모든 휴게소나 주유소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이전까지 외부로부터 혁신을 주도할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이전까지 각 금융사마다 개별적으로 만나 새로운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일일이 요청하고 대응해야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오픈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도 금융사 개별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업무를 반복해야하는 탓에 서비스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황 부서장은 오픈API에 대한 보안우려에 대해서는 "보안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차분히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며 "보안 때문에 아예 오픈플랫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할 시점은 지났다"고 밝혔다.
은행권과 함께 자본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논의 중인 보안대책 중 하나는 'OAUTH(AUTH2.0)'라고 불리는 표준인증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OAUTH는 쉽게 말해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하면 이와 전혀 무관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한 정보로 본인이 맞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것이다.
이를 핀테크 오픈플랫폼에 적용하면 A증권사와 B스타트업 간에 오픈API 사용에 대해 강도높은 보안정책에 따른 인증을 받으면 다른 증권사에서도 이 인증정보를 공유해 오픈API를 쓸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오픈API, 글로벌 시장서도 금융혁신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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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금융시장이 핀테크로 시작한 금융혁신을 끌어안기 위해 오픈플랫폼 구축을 필수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해 9월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국가 핵심 아젠다 중 금융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오픈API를 만든다는 방친을 밝힌 바 있다. 독일 컨설팅 회사인 테소베(TESOBE)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오픈뱅크프로젝트' 역시 오픈API를 통한 표준화된 개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경우 시그나이트(Xignite)라는 회사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전 세계 금융거래정보를 연동할 수 있는 유료 API를 제공하는 중이다. 이 회사는 1천개 이상 금융, 미디어, 소프트웨어, 기업 고객,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고객사로 가졌다. 이 중에는 자산관리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웰스프론트, 베터먼트와 함께 전 세계 1만2천500여개 금융망에 대한 연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들리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