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과 IT기술 사이 접점에 있는 핀테크를 끌어안기위해 은행과 비은행권 간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올해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지는 양상이다.
비은행권에서는 카카오, 인터파크, KT를 대표로 유통업체, 결제대행사(PG), 일부 은행 및 증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모여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각각 핀테크지원센터를 차리고, 연말까지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을 계획하면서 은행, 비은행권 모두 편리하면서도 유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발굴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심사를 위한 서류제출 마감일에는 예상대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아이뱅크를 제안한 인터파크 그랜드 컨소시엄, KT컨소시엄이 예비인가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공통적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에 대한 고객정보를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한 뒤 맞춤형 대출이나 자산관리서비스, 각종 수수료 인하나 할인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중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소상공인들에게 가맹점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KT는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함께 기존 금융권에서 진행 중이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픈API를 공개해 기존에 사용 중인 SNS, 쇼핑, 영화감상 등에서도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카카오뱅크는 수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위뱅크'를 설립한 경험이 있는 중국 텐센트와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을 제공해 온 로엔, 우정사업본부 등이 합류했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는 금융권에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웰컴저축은행 외에 한국투자금융지주, SGI서울보증, 옐로금융그룹, NH투자증권, 한화생명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새로운 은행 출현에 따른 지분투자성격이 강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 지점에 방문해 일일히 신분증을 제출하고, 계좌를 개설해야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PC,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으로 원격에서 계좌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뜻보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이미 활성화된 국내환경에서 별다른 차별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의 변두리에 있었던 잠재고객들을 끌어들이고, 궁극적으로는 P2P대출, 송금, 크라우드펀딩, 자동화된 자산관리(로보 어드바이저) 등과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 펌뱅킹 등과 같은 일부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API를 열어 사업자들이 쓸 수 있게 했던 것과 비교해 아예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권도 새로운 경쟁자이자 핀테크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은행 중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이 은행은 올해 말까지 'NH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얘기되고 있는 오픈플랫폼은 은행, 증권사 등 내부에 있는 고객들의 입출금 내역, 계좌이체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API를 공개해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보다 손쉽게 이를 끌어다 써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각 은행들은 올해 3월부터 핀테크지원센터를 개설하면서 핀테크 기술을 자사 금융서비스에 이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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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김종현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핀테크 서비스를 도입하기 더 쉬운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온 기술들을 적용하면된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은행 중 어느 쪽이 핀테크 사업에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은행들의 고객기반이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핀테크 서비스를 얼마나 잘 끌어들여 사용자들에게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이전보다 큰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