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당시 가전매장에서 근무했던 독일인 증인들이 대거 법정에 출석했다.
하지만 피의자인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일관된 핵심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또 사건 발생 시기와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사실 관계와 다소 차이가 나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성진 사장에 대한 5차 공판기일에는 사건 발생 당시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근무한 현지 매장 직원 체나나 코모, 소피 카민스키, 토마스 만 씨 등 독일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기간 중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 내 삼성전자 프로모션 부스에서 제품 설명을 담당하고 전시된 제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던 현지 에이전시 소속 직원들이다.
이들은 조 사장 일행이 매장을 다녀간 직후 크리스탈 블루도어 세탁기의 도어가 파손된 것을 확인하고 상부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이날 카민스키 씨는 “LG전자 임직원 일행이 다녀가기 전에는 세탁기가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방문한 이후 드럼 세탁기 문이 쳐져있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고 손으로 들어올려야 닫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삼성전자는 야간에만 근무하던 보안요원을 주간에도 전시 부스에 추가로 배치하고, 방문객들이 직접 세탁기 도어를 열지 못하도록 ‘데모모드’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 직원들에게도 해당 세탁기에 대해 주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증인들은 올해 3월 중순 삼성전자 사무실에서야 사건 현장이 담긴 CCTV를 시청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또 증인들은 현장에서 조 사장 일행이 LG전자 임직원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현장을 떠날 때까지 이들을 삼성 임직원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민스키 씨는 “LG전자 임직원이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한국 사람으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세탁기를 꼼꼼히 보고 문도 움직이는 것을 봤다”면서 “이들이 삼성전자 직원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증인들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조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 중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미 사건이 발생한 후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데다 지난해 9월 사건 발생 이후 올해 3월이 돼서야 증인들이 삼성전자 측 요청으로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진술의 신빙성에는 다소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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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진술 과정에서도 사실 관계와 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 CCTV 녹화 시각 등에 따르면 조 사장 일행은 지난해 9월3일 10시30분경 슈티글리츠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이날 카민스키 씨는 "9시 매장 개장 이후 3~4시간이 지난 정오 부근 LG전자 일행들이 방문했다"면서 "점심시간을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VIP 방문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렸어야 하기 때문에 3~4시간 뒤라고 기억한다"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내일 6일 오전 10시 열리는 6차 공판에서도 검찰 측에서 신청한 독일인 증인들이 출석해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측 증인들을 소환해 11월 중순까지 증인신문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