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수순을 모두 마쳤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도 '추투(秋鬪)'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1일 현대차 노조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에 대해 "양측 이견이 너무 커 조정이 불가능하다"며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7일 노조의 일괄제시안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자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이달 1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대의원 500여명의 만장 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다음날인 2일에는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9일에는 노조원 4만8천585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77.9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결시켜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아왔다.
이날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의 파업 돌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노조가 올해도 파업을 벌일 경우 현대차는 2012년 이후 4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호재에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한 차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들은 올해도 파업에 발목이 잡혀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앞서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노조는 다음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4일부터 잔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오후 근무조가 1시간 20분가량 업무를 중단한다. 이와 함께 주말인 19일과 20일에는 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노조는 이번 주 주말 특근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고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에 큰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볼륨모델 신형 아반떼에 이어 연말께 출시가 예정된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신차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파업 돌입이라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묘책이 노사의 추가 협상을 통해 도출될 지가 주목된다.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도 추가 협상에 임한 노사는 '추석 전 타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접점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다음주 중 노조에 일괄제시안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추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한다고 해도 조합원 추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사측에서도 노조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귀족·강성 노조라는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노조가 실제 파업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노사가 적절한 수준에서 양보하는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천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증설 즉시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정년 최대 65세까지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이 도입을 발표한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의제가 아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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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울산공장에서 현대차그룹 산하 19개 노조 연대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정상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를 결의했다. 이들 계열사 노조 연대회의는 오는 17일에는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리는 조선업종 노조연대의 2차 파업 집회에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작년에도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천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천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