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가결'...4년 연속 파업 '초읽기'

10일 노사 협상 재개에 실낱 기대

카테크입력 :2015/09/10 06:49    수정: 2015/09/10 07:43

정기수 기자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온 현대자동차의 '하투(夏鬪)'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투표가 조합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됨에 따라 노조는 파업의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10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일 전체 조합원 4만8천585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결과, 4만3천476명(투표율 89.48%)이 투표에 참여해 3만3천887명(찬성률 77.94%)이 찬성해 가결됐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7일 노조의 일괄제시안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자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이달 1일 임시대의원회대회에서 대의원 500여명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바로 다음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며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아왔다.

노조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가결에 따라 10일로 예정된 중노위의 조정 결과가 '조정중지'로 내려질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노조가 올해도 파업을 벌일 경우 현대차는 2012년 이후 4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특히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고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에 큰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가 전날 선보인 볼륨모델 신형 아반떼에 이어 연말께 출시가 예정된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신차들의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추가로 열리는 노사 협상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사측 교섭대표인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지난 7일 이경훈 노조위원장을 찾아 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내부 논의 끝에 10일 오후 2시부터 협상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모두 추석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일이 촉박한 만큼, 다음 주 중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커진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천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증설 즉시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정년 최대 65세까지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이 도입을 발표한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의제가 아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울산공장에서 현대차그룹 산하 19개 노조 연대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정상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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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작년에도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천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천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편 앞서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