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함에 따라 국내서도 IT를 활용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관심의 밑바탕에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큼, IT의 진화가 무르익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뱅킹익스체인지닷컴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끌 파괴적인 기술 트렌드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연어 음성 인식, 모바일, 디지털 화폐가 꼽힌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빅데이터는 이제 은행 뿐 아니라 많은 사업에서 변화의 지원지가 됐다. 혁신적인 서비스 대부분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개인화 서비스 역량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요즘은 빅데이터 분석을 넘어 인공지능이 디지털 서비스 경험의 판을 뒤흔드는 추세다. 특히 인공지능의 한 갈래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은 이미 IT 헤게모니를 틀어쥐려는 거물급 IT회사들 간 격전지가 됐다. 공격적인 투자 소식과 신규 서비스들이 쏟아진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사람처럼 어떤 대상 혹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양이 급증하고 그걸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이 저렴해지면서 머신러닝도 대중화를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뇌가 할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신기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같지만 머신러닝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 생활 깊숙히 파고들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회사들이 최근 선보이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과거와는 다른 디지털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금융 서비스 시장도 머신러닝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금융 회사가 머신러닝을 활용해 투자자 수백만명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주식 시장의을 전망하는 것은 더 이상 뜬구룸 잡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IBM의 머신러닝 기반 인지컴퓨팅 시스템인 왓슨을 적용, 자산관리 사업에서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선호도를 파악하고, 맞춤형 투자자문과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IBM의 이강윤 상무는 "한글 텍스트 분석 지원이 가능해 한국 금융권에서도 자산관리 등의 솔루션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금융 서비스 역시 비정형과 정형 데이터 분석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음성 인식 기술도 디지털 금융에서 주목할만 하다. 자연어 음성 기술은 이미 컴퓨터가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고, 거꾸로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줄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자연어 음성 기술 확산은 머신러닝의 진화와 맞물려 있다. 네이버의 박종목 이사는 최근 지디넷코리아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참석해 "딥러닝은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지만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면서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영상 인식은 물론 자연어 처리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어 음성 인식 기술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금융 서비스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뱅킹익스체인지닷컴은 평가했다. 많은 이들이, 금융 자료를 읽는데 불편해 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금융 정보를 편하게 흡수하고 보다 좋은 선택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뱅킹익스체인지닷컴은 금융 서비스 분야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는 4번째 기술 키워드로 모바일을 꼽았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금융 하면 결제가 떠오른다. 그러나 결제를 넘어 결제 프로세스의 우버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버화는 결제하는 행위 자체의 종말을 의미한다. 우버택시에서 내리는 승객은 기사에게 돈을 내거나 카드를 긁지 않는다. 사용자는 우버 앱에 가입할때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등록한다. 이를 기반으로 우버는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을 자동으로 부과한다. 승객이 택시에서 내릴 때 자동으로 미리 등록해 둔 카드에서 결제된다. 우버는 결제가 끝나면 가격 정보를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앞으로 모바일 분야에서의 결제는 점점 우버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플의 조시 레이치 최고경영자는 자동변속장치가 사람들이 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도 운전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것처럼 금융 서비스도 유사한 뱡항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미국 서비스 시작2015.09.11
- 한국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얼마나 혁신적일까?2015.09.11
- 네이버페이, 카드·은행 제휴사 16곳으로 늘어2015.09.11
- 자산관리도 로봇이 전문가 대체할까?2015.09.11
블록체인 확산도 주목된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거대장부 역할을 한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서비스 업체는 저렴한 비용으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는 미국 온라인 미디어 매셔블을 통해 블록체인이 가진 투명성 강화와 비용 절감 측면의 강점을 부각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을 넘어 다양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갖고 이미 1천여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활동중이다. 국내의 경우 국내 비트코인 스타트업인 코인플러그가 인터넷뱅킹에 사용되는 공인인증서를 별도의 인증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은행 간에서만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