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명을 고지할 수 있도록 방송 협찬고지 규칙을 개정하는 안을 행정 예고한 가운데, 야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방통위는 협찬고지 규칙 개정으로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판매가 어려운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고, 이에 방송사 관계자들은 광고재원이 줄어들고 있어 이른바 ‘타이틀 스폰서십’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민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방송협찬 문제점 및 개선방향 분석보고서’를 내고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협찬주명이 프로그램 제목과 함께 등장하고, 프로그램이 나가는 동안 수시로 협찬주의 상표나 상품이 간접광고로 노출될 것이며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다시 협찬주의 명칭이 고지될 것”이라며 “이것은 오로지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방송’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의원은 “협찬주가 프로그램의 제목까지 개입할 수 있게 만들려는 것으로, 방송법 제4조에서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간섭할 수 없다’고 정한 방송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짓밟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이 역시 방송법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한 방통위의 위법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협찬의 허용범위를 규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곧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방송사업자는 명칭 등 협찬주를 식별할 수 있는 표현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의 명칭을 노출하는 등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주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하여서는 아니 된다’, ‘방송사업자는 회당 제작비를 초과하는 금액의 경비 협찬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규정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같은 당의 유승희 의원 역시 “방송을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고시를 방통위가 시도하고 있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이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방송의 전파력을 강조하며 "방송은 가지적 측면에서 지켜야 할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 제목 광고 협찬을 통해 방송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규제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유 의원은 9월에 있을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같은 당의 최원식 의원 또한 “간접광고가 지나치면 방송의 내용과 광고가 뒤섞여 구별이 어렵게 되고, 방송이 상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목 광고까지 허용될 경우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의 시청권이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어 방통위에서 방송이 상업화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지금도 방송 중간에 등장하는 가상간접광고로 인해 시청의 흐름을 방해받고 있는데 타이틀 스폰서십이 실행된다고 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단체는 지난 25일 방통위에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더 많은 협찬이 몰리고,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오히려 협찬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라며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제작 여건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며,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 될 것”이라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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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총장은 “이번 개정안은 지상파 중간광고를 빼고 동원 가능한 모든 형태의 광고를 도입하겠다는 방통위의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광고 확대와 시청권 보장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 사무총장은 “광고총량제 논의 때 타이틀 스폰서십에 대한 아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방통위가 이러한 안을 던지고 의견을 내라는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