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안중에 없는 방통위"...'제목광고' 허용 반발 '확산'

방통위, 협찬고지 개정...시청자단체 "극단적 상업화"

방송/통신입력 :2015/08/25 19:00    수정: 2015/08/25 19:34

“밑도 끝도 없이 나오는 PPL에 거북스러웠던 시청자는 이제 대놓고 광고 방송을 보게 생겼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사 이름을 허용하고, 협찬고지의 내용과 횟수, 위치 등 형식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규칙개정안을포함시키면서 시청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청자들은 앞으로 '아디OO 신고 무한도전', '소O와 함께하는 쇼미더머니' 등과 같이 협찬사나 제품 브랜드 등이 프로그램 제목으로 들어간 방송을 참고 봐야할 전망이다.

지난 6일 방통위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판매가 어려운 방송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과 보도나 시사, 논평, 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은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협찬사나 특정 제품의 브랜드를 앞세워 방송할 경우, 방송 광고시장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방송 전체가 극단적으로 상업화 돼 시청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의 규칙 개정안에 시민단체를 포함해 학계와 언론계까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협찬고지 규칙 개정 관련 토론회

25일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 협찬고지 규칙 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기업의 이름을 명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방송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위주의 광고 편성으로 광고시장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제목 광고는 방송 제작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광고 기획자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상황도 연출 될 수 있다”며 “거대 광고주가 독점하는 형태가 될 수 있어 공정경쟁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이 들어가 있으면 다른 회사들이 광고를 하겠냐”면서 “(제목광고는) 작은 기업들은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며,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어긋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시청자보다 방송사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방통위로 인해 시청자들은 소외되고, 재벌 기업만 광고를 독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드라마 ‘차칸남자’를 예로 들며 “치킨마루가 협찬하는 차칸남자는 제목부터 협찬주를 연상할 수 있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며 “제목 광고가 가능해지면 시청자를 소비자로만 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방통위가)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라며 “방송법 취지에 어긋난 협찬 고지가 개정된다면 행정소동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PPL(간접광고)이 처음 도입됐을 때, 재원 마련에 도움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제목 광고도 PPL과 같은 취지로 도입된다 하지만 기업들의 홍보예산엔 변동이 없으니 광고 총량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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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위원장은 “제목은 콘텐츠의 메시지를 다 담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데, 제목 광고가 도입되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은 협찬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시청자단체는 지난 24일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과 이유를 밝히고 해당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들은 방통위가 시청자를 외면하고 방송 사업자만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