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데이터센터 시장서 서버업체들과도 경쟁"

울프 에발손 에릭슨 최고기술책임자(CTO)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5/08/17 15:10    수정: 2015/08/17 15:53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이 모바일 코어네트워크 시장을 넘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글로벌 서버 업체들과의 경쟁을 예고해 주목된다. 연내 출시를 앞둔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인프라 구축 솔루션 '하이퍼스케일데이터센터시스템8000(HDS8000)'으로 서버 시장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방한한 울프 에발손 에릭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에릭슨이 HDS8000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는 망사업자의 통신용 인프라뿐아니라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서 서버 업체들과도 경쟁한다는 얘기가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에릭슨은 HDS8000을 2년전 비(非) 통신사 시장을 포괄해 내놓은 솔루션 브랜드 '에릭슨클라우드시스템'에 포함시켰다. 또 지난해 9월말 출범한 리눅스재단의 개방형 NFV기술 컨소시엄 '오픈플랫폼 포 NFV(OPNFV)' 회원사로 활동하면서 클라우드 운영사를 겨냥한 NFV 기술 개발에 참여해 왔다.

이날 인터뷰에서 에발손 CTO는 "통신사업자들의 코어네트워크가 NFV 등을 도입하면서 진화하는 추세인데, 에릭슨의 HDS8000은 이런 통신사들의 진화에 맞춤형 솔루션"이라며 "다만 (통신사업자가 아닌)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들 중에도 이런 성능의 하드웨어를 찾는 곳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울프 에발손 에릭슨 CTO

HDS8000은 에릭슨이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선보인 인텔 x86 프로세서 기반의 서버 장비의 모델명이다. 이는 인텔이 지난 2013년 선보인 분산시스템용 랙 디자인 '랙스케일아키텍처(RSA)'를 적용해 상용화하는 드문 사례로도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유력한 최초 HDS8000 고객사는 한국 통신사 SK텔레콤이다. 에릭슨과 SK텔레콤은 지난달말께 5G 코어네트워크 슬라이싱 부문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에릭슨은 연말께 출시될 HDS8000 및 클라우드연구소 활동을 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링크)

에발손 CTO는 "통신사들은 (HDS8000 장비 기반의) NFV를 통해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절감을 실현할 것"이라며 "단순히 인텔의 RSA를 통해서뿐아니라 인텔의 프로세서 아키텍처와 다른 특성들을 통해 뛰어난 성능을 내(어 차별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에릭슨은 HDS8000을 'NFV 도입을 위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인텔서버'로 묘사해 왔다. 그러다 지난 5월엔 비 통신 산업을 '전략 목표' 시장으로 정의하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아우르는 토털IoT솔루션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관련기사)

글로벌 서버 업체들도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플랫폼 솔루션 시장을 겨냥한 메시지와 전략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 영역에서 에릭슨이 자처하는 역할과 HP, IBM, 델, 레노버같은 업체들의 역할이 꼭 일치한다고 단정키는 어렵지만, 이미 에릭슨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들과의 경쟁을 각오한 모습이다.

이날 에발손 CTO는 사전 브리핑에서 "어떤 산업에서든 단일 네트워크를 클라우드와 연결해 다양한 기기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우리 비전"이라며 "각지의 네트워크 표준화 활동을 포함해 이런 변화가 진행 중이고 여기에 필요한 네트워크 성능 개선도 실현될 것"이라 말했다.

에릭슨은 자체 인텔 서버 제품으로 기성 데이터센터 인프라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개방형 아키텍처 진영의 힘을 빌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릭슨 수석엔지니어(principal engineer)를 포함한 몇 명이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에서 활동 중이다.

에발손 CTO는 OCP에 참여한 에릭슨 엔지니어들의 활동 성격을 묻는 질문에 "미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위한 것"이라며 "클라우드 관점에서 데이터센터가 어떤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지 파악해 강력한 네트워크 성능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답했다.

에릭슨 본사에서 HDS8000 솔루션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공언한만큼, 이르면 연말에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 한국에 해당 솔루션 공급이 시작될 듯하다. 국내 에릭슨엘지가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담당 파트너 업체 확보 또는 교육 등 준비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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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발손 CTO뿐아니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아룬 반살 에릭슨 무선사업부문 총괄 등 에릭슨 본사 주요 임원들은 지난 12일 미디어브리핑과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한 목적은 시장 동향 파악과 파트너 및 연구소 방문 그리고 고객사들과의 주요 협력 논의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베스트베리 CEO는 "IT와 통신 부문간 경계가 줄면서, 예를 들어 '커넥티드카'같은 부문에서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업체가 경쟁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며 "이처럼 경쟁의 구획(field)이 기존과 달라지고 있어 향후 5~10년간 밸류체인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