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중형세단 '신형 말리부'를 내년 국내 공장에서 생산, 판매키로 했다. 정확한 투입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2분기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와 관련,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여러 차례 못박아왔었다.
한국GM이 기존 입장을 바꿔 신형 말리부의 국내 출시를 돌연 결정한 것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난항을 겪자 이를 타개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GM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6일 노조와 17차 임금협상 교섭을 갖고, 내년 부평공장에서 신형 '말리부'를 생산하겠다고 제안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말리부를 내년부터 부평2공장에서 생산 및 판매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한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요구해 온 국내생산 물량 보장을 확약하는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아직 노조의 수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주 집중교섭을 거쳐 휴가 전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알페온 단종과 임팔라 수입에 따른 생산물량 확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GM은 올 3분기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던 준대형 세단 알페온을 단종하고, 오는 9월부터 미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해 국내 판매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알페온 단종에 따른 생산물량 축소와 정리해고 등을 우려, 임팔라를 국내에서 즉각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판매물량 조건이 충족돼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또 신형 트랙스와 말리부를 부평공장에서, 신형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각각 생산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GM이 신형 '말리부'의 국내 생산 및 판매를 노조에 제안한 것은 국내생산 물량 축소를 우려한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의 신형 말리부 국내생산 제안은 노조가 요구해 온 생산량 감소 대책에 부합하는 카드"라면서 "임금 등 다른 부분의 협의가 남아있지만 한국GM 노사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천900원 인상에 성과급 500%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1천48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사측의 제시안은 기본급 4만9천575원 인상과 성과급 400만원 지급이다.
이밖에 한국GM은 이번 협상에서 노조에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경영 방침도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신형 말리부의 국내 판매가 중형 세단 판매 확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내수시장에서 지속적인 레저 붐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면서 중형세단의 볼륨이 감소하자 주력 차종인 말리부의 판매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국산 중형차의 판매대수는 9만2천949대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판매 비중 역시 15.4%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p 하락했다.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8세대 말리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7천930대가 판매돼 전년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지난달 판매 역시 1천728대를 기록, 20.7% 줄었다.
신형 말리부는 올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첫 공개됐다. 기존 8세대 모델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9세대 말리부는 최대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5kg.m의 힘을 내는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최대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kg.m인 2ℓ 터보 엔진 등 두 가지 모델의 라인업을 갖췄다. 연비는 11.6km/ℓ,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19km/ℓ(미국 기준)에 달한다.
특히 기존 모델보다 축간거리(휠베이스)를 9.1cm 늘려 실내 공간을 더 확보했다. 여기에 차 무게는 기존 모델보다 무려 136kg이나 줄여 효율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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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형 말리부는 쉐보레가 지향하는 낮고 넓은 디자인에 듀얼 포트 그릴이 적용됐다. 범퍼하단은 볼륨감을 높이고 주간주행등은 'ㄱ'자 형태로 꺾인 형태다. 국내 출시 가격은 2천만원 중반에서 3천만원 중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신형 말리부가 국내에 출시되면 최근 파워트레인과 라인업을 강화한 신형모델을 내놓은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아자동차 'K5'를 비롯해 르노삼성 'SM5' 등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