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악몽'...車업계, 노사 갈등 고조

현대기아차-르노삼성, '통상임금' 마찰 심화

카테크입력 :2015/07/10 17:36    수정: 2015/07/10 17:45

정기수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통상임금 확대가 임금·단체협약 협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완성차업계의 노사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르노삼성자동차도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임단협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통상임금 문제를 털어버린 한국GM과 쌍용차의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과 생산량 확보 등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5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해고자 복직 문제가 관건이다.

■'외우내환' 실적 악화에 파업 리스크

현대·기아차는 올 2분기 환율 악재와 국내외 판매부진 등 영향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도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 불투명한 만큼, 노조의 파업 여부에 사운(社運)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지난해 촉발된 통상임금 문제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2015년 3월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이미 앞서 통상임금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서 파업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노위가 이에 대해 "통상임금 문제는 조정 대상이 아니다"며 '행정지도' 판정을 내리면서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협상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노위의 판정으로 노조가 그룹 사업장 노조과 연대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면서도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과 별도로 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교섭할 예정이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임단협 진행 자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의 요구안에 사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도 분규가 우려되는 이유다. 노조는 15만9천900원(기본급 대비 7.84%) 임금 인상, 당기순이익(2014년)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주간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8+8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아직 상견례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현대차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노조)

르노삼성은 지난달 22일부터 현재까지 3차 협상을 실시했다. 노조는 통상임금 반영은 물론 올 들어 로그 등의 수출 호조 등으로 실적이 신장한 만큼 기본급 20만원 인상, 정기상여율 100%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쉽사리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4월 가장 먼저 교섭에 들어간 한국GM은 통상임금 리스크는 없지만 올해는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9차 임금협상 교섭을 진행한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판정이 내려질 경우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노조 측은 지난해보다 2배 더 많은 15만9천원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5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1천48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신형 트랙스와 말리부를 부평공장에서, 신형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각각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알페온 단종과 임팔라 수입에 따른 생산물량 확보 문제도 쟁점이다. 한국GM은 올 3분기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던 준대형 세단 알페온을 단종하고, 오는 9월부터 미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해 국내 판매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알페온 단종에 따른 생산물량 축소와 정리해고 등을 우려, 임팔라를 국내에서 즉각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판매물량 조건이 충족돼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까지 9차례 임금협상을 진행했다.노조는 올해 기본급 11만7천985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보다 6.7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올해 티볼리의 성공적인 런칭 등으로 노사간 신뢰가 깊어지고 있어 양측 모두 조속한 타결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철수설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르노그룹 내 14개국 23개 승용차 공장 중 가장 비싸다. 한국GM은 지난해 3월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성과급과 기본급을 인상하면서 국내 4개 공장 모두 전 세계 GM(제너럴모터스) 공장 중 고비용 사업장으로 새로 편입됐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 역시 노조파업 연례화로 국내에 있어야 할 명분이나 장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약 60%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현대차와 약 40%를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기아차 모두 해외생산 물량을 확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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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A사의 경우 파업을 한 번 진행할 때마다 임금이 수직 상승한다"며 "높은 인건비와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파업 등으로 한국이 자동차 생산기지로써의 매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산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제작사 하나당 1천여개 이상의 부품사가 연계돼 있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이 방대해 국가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엔화·유로화 약세와 수입차 내수 잠식 등으로 안팎으로 유례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사 양측의 대타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