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강의 들은 삼성, 사업 의지는 어느 정도?

삼성이 로봇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로봇 사업이 급박한 현안 사업에 밀려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삼성그룹 사장단이 모인 수요사장단 회의 자리의 핵심 단어는 ‘로봇’이었다. 이미 대중강연을 통해 로봇의 미래에 대해 설파해 온 UCLA의 데니스 홍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로봇-인류의 행복과 동행하나’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 가깝게는 로봇청소기와 무인자동차, 드론(무인기) 등이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조 공장의 라인이나 조선소, 건설현장 등에서 쓰이는 웨어러블 형태의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이 등장했다.

매년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지난 2007년 이후 연평균 11%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로봇 시장은 이 보다 2배 높은 22%의 연평균 성장률을 지난 200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 뜨는데 삼성의 방향은 어디에?

삼성전자 산하 삼성종합기술원(SAIT)이 개발한 2족보행형 휴머노이드로봇 로보레이

이처럼 로봇 관련 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삼성의 로봇 개발 사업 현황은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우선 그룹 내에서 로봇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던 삼성테크윈(이하 테크윈)을 한화에 매각하면서 사업 추진의 한 축을 잃은 상태다.

테크윈은 무인정찰 로봇을 비롯해 군사용 위주의 다양한 로봇 제품을 개발해왔다. 이에 정철교 테크윈 대표는 지난해 신임 한국로봇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협회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업계에는 “삼성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지난해 11월 삼성이 테크윈을 한화에 매각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탄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테크윈의 로봇 사업 또한 한화로 함께 넘어갔다.

■잊혀진 그 이름, '로보레이'

삼성 그룹 내에서 현재 로봇 사업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산하의 삼성종합기술원(이하 SAIT)과 CE(생활가전)사업부, 삼성중공업 등이다.

SAIT 내에서 로봇 관련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노경식 마스터는 한 때 퇴사설이 돌기도 했으나 여전히 ‘로봇 핵심기술 및 핵심가치 확보’라는 기치 하에 역할을 수행 중이다. 마스터는 삼성전자가 임원으로 대우하는 기술직군의 최고 연구원이다.

그는 지난 2012년말 마스터에 올랐고, 휴머노이드 로봇(인간 형태의 로봇)인 ‘로보레이’ 연구개발을 총괄 지휘해왔다. 사람처럼 무릎을 완전히 펴서 걷는 기술로 한 때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감정을 표현하는 페퍼를 일반에 공개하며 호응을 얻은 것과 달리, 삼성의 로보레이는 지난 몇 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노 마스터의 행보도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여전히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만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청소방식과 색상에 변화를 준 로봇청소기 '파워봇' 신제품을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컨트롤 타워의 부재’...누가 지휘하나

삼성전자 CE사업부와 삼성중공업은 각각 로봇청소기와 산업용 로봇을 선보인 상태지만, 그룹 내 로봇 역량을 총괄하는 정도는 아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타이젠 OS를 탑재해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성을 높이고 카메라를 이용해 3D 내비게이션 기술을 적용하는 등 발전이 있었으나, 이를 다른 형태의 서비스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연구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