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시점 문제제기에 대한 삼성의 대답

"물산 성장 한계…빠른 통합이 최선의 방법"

홈&모바일입력 :2015/06/30 18:19    수정: 2015/06/30 18:29

정현정 기자

"삼성물산의 주식이 기초 순자산가치에 비해 상당한 할인가에 거래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7조8천억원의 장부가액을 아무런 보상없이 제일모직에 넘기는 매우 불리한 비율에 따라 이뤄지게 됩니다. 엘리엇의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입니까?" (지난 26일 엘리엇의 문제제기 中)

"제일모직 상장 이후 과거 6개월 동안의 주가 흐름을 보더라도 현재의 합병비율과 비슷합니다. 그럼 늦춰서 하면 어떨까요.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이나 상사가 성장에 대한 한계성에 직면해있습니다. 미래 주가에 있어 삼성물산 주가는 부정적인 반면 제일모직은 신규 사업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이 많습니다. 시간 늦추면 더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합병을 해서 양사의 시너지를 통합시켜서 모멘텀 확보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모직 김봉영 사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최고경영진들이 최근 추진되는 합병 과정에 대한 시장의 논란에 대해 논리를 세워 정연하게 정공법으로 맞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반대 주주들을 결집하며 합병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에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합병법인의 성장전략과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설명하는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과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피합병회사인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김신 대표 등 양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했다.

내달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치밀한 공세에 맞서 일반 주주에게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또 국민연금 등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이 최근 삼성그룹에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 친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데 대한 답변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 후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지향하겠다는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다. 또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과 사회적책임(CSR) 전담조직 구성도 약속했다.

아울러 건설·상사 부문의 B2B 사업 지속 성장과 패션, 식음·레저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 달성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다음은 그동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을 그동안 엘리엇과 시장을 통해 제기된 합병 관련 논란을 중심으로 재정리한 내용이다.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 (왼쪽부터)제일모직 김봉영 사장, 윤주화 사장, 삼성물산 김신 사장. (사진=제일모직)

Q.합병 추진 시점이 왜 꼭 지금이어야하는지? 제일모직의 가치는 현저히 고평가되고 삼성물산 주가는 심각하게 저평가된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지난해 12월 상장을 추진하면서도 말했지만 제일모직은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사업은 주로 국내를 위주로 이뤄졌지만 글로벌화를 추진하다보니 인적 인프라나 제반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시기를 빨리 당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차에 그룹 관계사 중 삼성물산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하면 삼성물산은 사업영역 확대를 할 수 있고 제일모직은 시간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히 글로벌 패션 시장은 전자 시장만큼 규모가 크다. 상사의 제반 인프라를 활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글로벌라이징이 가능하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

A."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보니 더 기다리다보면 현재의 0.35:1이라는 합병비율이 더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5년 간 건설 매출은 평균 19% 수준 성장을 했지만 최근 건설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최근 중장기 계획을 다시 세워보니 향후 5년 평균 성장률이 3.8%에 그쳤다. 상사는 과거 성장률이 평균 6.8%인데 최근 3년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향후 5년 성장률도 5% 정도로 거의 머물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제일모직과 합병을 하게 되면 삼성물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제일모직은 물류, 여신, 금융 등 약한 부분은 삼성물산을 통해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

Q.통합 삼성물산의 주주친화정책은 무엇인가?

A."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출범하게 될 통합법인은 30% 수준의 배당을 지향할 예정이다. 또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와 사업성과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사회 독립운영 강화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도 신설한다. 거버넌스 위원회에서는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합병 등 주주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심의하게 된다. 위원 중 한 명은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외부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CSR 위원회를 신설해 글로벌 기업의 주주·시장·사회에 기여한 사례를 연구해 회사 정책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특히 글로벌 선진사의 배당과 자사주 정책 등 주주 환원 정책 사례를 연구하고 기업시민으로서 사외에 기여하는 방안 연구해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

Q.만약 합병이 무산된다면 ‘플랜B’는 무엇인가? 합병을 재추진할 계획인가?

A."합병은 현재로써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플랜B는 계획이 없다. 합병 재추진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제일모직 김봉영 사장)

A."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가진 순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다. 시장에서 주가가 낮았던 이유는 순자산가치 보다 영업에 대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안 되면 플랜B는 전혀 없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

Q.합병비율 논란에 대한 생각은? 합병비율 재산정 여지가 있나?

A."합병비율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일부 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저평가, 제일모직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장기적인 성장이나 사업 전망을 봤을 때 시장에서 주주들이 올바른 평가를 했다고 본다. 제일모직같은 경우는 향후 전망이 밝은 바이오와 관련된 주식을 46% 가지고 있고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특수성 때문에 충분히 그만한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합병비율에 대해서 재산정하는 문제는 현재 여러가지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계획이 없다." (제일모직 김봉영 사장)

A."자본시장법에서 계열사 간 거래의 경우 10% 할인 또는 할증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지만 2013년 8월 관련법 개정 이후 135건의 합병 케이스 중 이를 적용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는 법의 취지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다. 삼성물산 주식은 80% 정도가 시장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충분하고 특별한 경우를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을 했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

A."대법원 판례를 말씀드리겠다. 상장 건설사의 합병 케이스로 PBR(주가순자산비율) 0.3 미만이었다. 반대주주들이 이런 경우 주가가 회사의 실질적 가치를 반영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에 기초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격 결정을 요청한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상장법인의 주가는 다수의 투자자가 법령에 근거해 공시된 자산내용, 재무상황, 수익성, 장래 사업 상황에 근거해 내린 판단이 객관적 가치로 반영돼 형성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매수 가격 한 것이 합리적이므로 법원은 시장주가를 참고해 시장 가격을 해야한다”고 판결했다. 할증이나 할인 적용 역시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했지만 이번 건의 경우에는 소정의 사유가 없다." (삼성물산 법률대리인 고창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Q.중간배당 계획은? (엘리엇은 주총 결의를 통해 중간배당을 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라는 제안서를 삼성물산에 보냈다. 합병 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을 직접 돌려주는 방안이다. 중간배당 정관 변경은 현행법상 이사회 결의로만 가능하다.)

A."합병계약서 상 배당은 허용되지 않는다. 배당하려면 합병계약서 수정이 필요하다. 한 회사 배당을 하는 경우 순자산 수익이 발생하고 이는 상대방 회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상대방 회사 이사회로서는 합병계약 수정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또 정관상 중간배당은 6월30일자 주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간배당을 하려고 하면 사전에 기준일은 공고하는 식으로 예측가능성 공지해야하는데 갑자기 중간배당 하게 되면 기준일 이전에 주식을 판 주주들이나 중간배당 이후의 취득한 주주들은 손해를 입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회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안이다. 중간배당이라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본다." (고창현 변호사)

Q.합병의 시너지는 무엇인가?

A."합병법인은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 및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터(Global Business Partner & Lifestyle Innovator)'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건설, 상사 부문의 B2B 사업 지속 성장과 패션, 식음·레저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합병법인은 양사의 핵심경쟁력 결합 및 시너지에 따른 성장 기대감과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서 기존에 보유 중인 글로벌 사업역량과 다각화된 사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

A."제일모직은 현재 대주주 지분율이 굉장히 높다. 반면 삼성물산은 우호지분율이 낮다. 이번 엘리엇 이슈도 우호지분이 낮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늘 제일모직 주가가 굉장히 강세인 이유가 대주주 지분율 높고 여러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있는 것이다. 물산 입장에서는 디 팩토 홀딩 컴퍼니(사실상의 지주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플러스요인이 상당히 많다. 떨어져있는 것 보다는 여러 비즈니스 기회 등에서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패션 사업을 예로 들면, 삼성물산은 물류, 여신, 금융 등에서 강점이 있는 반면 제일모직은 이런 기능이 없다. 이를 수직계열화해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창고를 대여하고 여신도 제공한다면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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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합병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합병법인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삼성물산의 비즈니스(건설과 상사)는 여전히 수익성 확보나 성장 둔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의 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A."합병과 상관없이 건설이나 상사는 근본적으로 이익률 개선이 돼야한다. 시너지와 별개 이슈다. 삼성물산 수주 건수를 보면 공격적으로는 수주를 안 하고 있다. 지금은 공격 수주 보다는 실행력을 높여서 이익률을 개선하는 것이 숙제다. 상사가 가져야할 고민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효율을 높이느냐는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리스크 크지만 이익률이 낮은 사업부문은 잘라내고 있다. 지속적으로 저희가 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