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확산 예고...애플 개발자의 WWDC 관전평

컴퓨팅입력 :2015/06/11 10:18

황치규 기자

4월말 마이크로소프트 빌드2015, 5월말 구글 I/O에 이어 이번주에는 애플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가 글로벌 IT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시점에선 빌드는 기대 이상, 구글 I/O에 대해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애플 WWDC는 어떨까? 현장에 직접 참석한 애플 개발자 커뮤니티 OSXDev 운영진이자 자타공인 애플 마니아인 김정씨의 관전평을 공유한다.

우선 행사 총평. 공개된 것들만 놓고보면 양적으로나 파급력 측면에서나 지난해 수준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 김정씨는 "지난해에는 세션수도 200개 정도 됐었는데, 올해는 100개로 절반이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구글 I/O와 비슷한 느낌으로 한박지 쉬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알맹이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플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꼭 필요한 부분을 잘 개선한 것 같다는 것이 김정씨의 설명이다.

이번 WWDC에선 애플표 새 운영체제, 스트리밍 기반 음악 서비스 등 다양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개발자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무엇이었을까? 김정씨는 새 운영체제, 개발 환경의 통합, 지난해보다 진화한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 그리고 메탈 등 애플이 제공하는 새 프레임워크들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애플 개발자 김정씨

애플은 이번 WWDC에서 데스크톱(OSX 11), 모바일(iOS9), 웨어러블(워치OS2)을 겨냥한 운영체제 새 버전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11번째 OS X의 새 버전은 ‘엘 캐피탄(El Capitan)’이다. 스포트라이트 검색 강화, 메일앱 기능 추가, 화면분할, 사파리 핀 고정, 창 관리 개선 등이 발표됐다. 최근 몇년 간 나왔던 OS X 중 신기능이 가장 적었다. 반면, 성능 개선이 부각됐다. 앱 실행 속도 1.4배, 앱 전환 속도 2배, PDF 파일 열기 속도 4배 등으로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iOS9은 지도, 노트, 검색 등이 달라졌다. 시리는 저장된 정보뿐 아니라 추천도 할 수 있게 됐다. 아이패드의 경우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고, 가상키패드에 제스처 인식을 추가해 맥의 트랙패드처럼 쓸 수 있다.

전력효율이 개선됐으며, 오버더에어(OTA) 업데이트 시 필요한 여유공간도 1.3GB로 줄었다. 워치OS 2는 일부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고 지도, 애플페이, 시리 등 기능적인 면도 향상시켰다. 우선 애플워치 배경화면으로 앨범 속에 있는 사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새롭게 24시간 타임랩스 첫 화면도 제공한다. 야간에 알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트스탠드' 모드도 새롭게 지원한다. 또 애플워치 지도에서는 대중교통 경로 안내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개발자를 위한 애플 WWDC 체크포인트]

애플 개발 도구인 엑스코드7도 김씨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WWDC는 계기로 엑스코드7은 통합 개발 환경으로 확실하게 탈바꿈했다는 것이 김씨의 평가다. 엑스코드는 그전에도 OS X, iOS 등의 앱 개발을 모두 지원했지만 빠진 기능들도 있었다. 김정씨는"이번에 나온 엑스코드7은 빈구멍들을 메워, 완전한 통합 개발 환경으로 변신했다"면서 "테스트, 배포, 크래시 분석까지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인 새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환된다는 것도 이번 WWDC를 달군 이슈 중 하나였다.

iOS 앱과 맥 OS X 개발에 모두 사용 가능한 스위프트는 기존 오브젝티브-C 언어의 뒤를 이를 차세대 기술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관련기사] 그러나 사용자 기반은 아직 탄탄하지 않은 것이 사실.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번 WWDC를 계기로 스위프트가 대중화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스위프트는 "하위 프레임워크가 모두 오브젝티브-C기반인데 언어에서 지원안해서 못 쓰는 프레임워크가 있었지만 그게 다 해결됐고 오브젝티브-C에서 스위프트와 연결할수 없던 부분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결론적으로 잘한 것 같다"면서 "스위프트 런타임과 표준 라이브러리가 공개되면 여러 플랫폼으로 포팅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오브젝티브-C 기반인 코코아 프레임워크 없이 스위프트 그 자체로 다른 언어와 결합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가 나왔다고 해서 애플 개발자 생태계에서 오브젝티브-C 언어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진화한 스위프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은 분명히 보인다. 김씨에 따르면 스위프트로 만들어진 국내 앱들도 일부 있는데, 아직은 간단한 앱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 WWDC를 계기로 애플 개발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스위프트에 비친 애플의 생태계 확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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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WWDC가 지난해와 비교해 조용한 편임에도 자타 공인 애플 마니아인 김 씨는 애플의 미래에 긍정적이다. 플랫폼별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바일 시장을 놓고 구글과 싸우고 있고, PC시장에서도 애플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도 개선하고 있으며, 루머에서 처럼 애플TV 신제품은 나오지 않았지만 홈킷과 리서치킷을 앞세워 애플은 지금 가정과 의료용 기술 분야도 파고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플랫폼이 공존하는 가운데, 애플은 준비가 덜 상태에서 몰아부치기 보다는 차근차근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PC에서 모바일경험으로, 모바일에서 시계로, 이번에는 아이팟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의 애플 뮤직 서비스, 거기에다 결제, 자동차, 병원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애플의 경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 생태계는 애플 기술에만 종속되는 경향이 있지만 애플은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아군도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적어도 5년이상은 그들의 도전이 성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