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늘 ‘깜짝 발표’를 즐긴다. 요즘 들어선 특유의 비밀주의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 시절만 해도 ‘그리고 하나 더(and one more thing)’란 발언과 함께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깜짝 발표해 왔다.
오는 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막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의 핵심 쟁점은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애플이 월 10달러 요금을 받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란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가 관심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엉뚱한 곳에서 열려 버렸다. 대서양 건너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미뎀 컨퍼런스’ 현장이다. ‘미뎀 컨퍼런스’는 매년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국제 음악 행사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덕 모리스 소니 뮤직 최고경영자(CEO)는 7일 오전 ‘배운 교훈들(Lessons Learned)’이란 키노트 인터뷰 도중에 “애플이 8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 "비츠뮤직과 아이오빈 영입한 건 최고 선택"
모리스 CEO의 이날 인터뷰에서 작곡가로 활양했던 초년 시절 얘기를 비롯해 유니버셜 뮤직과 소니 뮤직 등을 경영한 얘기들을 털어놨다. 또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에 대한 얘기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대한 생각 등도 중요한 인터뷰 주제였다.
더그 모리스는 유니버셜 뮤직을 14년 연속 세계 최대 음반사로 육성한 뒤 지난 2011년 소니 뮤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모리스는 애플이 WWDC에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내일 발표가 있을 것(It's happening tomorrow)”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 동안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란 소문은 구체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애플의 핵심 관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깜짝 발표’를 하려고 했던 애플 입장에선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모리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비츠 뮤직 공동 창업자인 지미 아이오빈과 관련된 얘기도 털어놨다. 비츠뮤직은 지난 해 초 애플이 3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비츠 뮤직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리스는 이날 “1980년대 초 스티비 닉스의 프로듀서를 맡을 사람이 필요해 당시 젊은 제작자였던 지미 아이오빈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애플이 아이오빈을 영입한 것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면서 “요즘도 그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주고 받는다”고 강조했다.
비츠뮤직이 인수되면서 아이오빈도 함께 애플에 합류하게 됐다. 현재 아이오빈은 애플 음악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산업 티핑포인트 될 것"
그는 이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빌보드에 따르면 모리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산업의 티핑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리스는 이날 음악 산업이 최근 10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고 강조했다. 300억 달러에 이르던 산업 규모가 15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음악 산업이 반토막 난 것은 인터넷 때문이란 게 모리스의 생각이었다. 광고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음악 산업에 손상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음악 산업은 예전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스웨덴을 들었다. 최초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숙 상태에 접어든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라는 것. 덕분에 스웨덴의 음반 산업은 10년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모리스가 주장했다.
모리스는 또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과정에 애플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빌보드에 따르면 모리스는 “애플은 내가 만나본 가장 뛰어난 음악 전문가인 지미 아이오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이오빈은 자신의 뛰어난 지식을 애플 관계자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리스는 애플이 스트리밍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근거도 함께 제시했다. 그 동안 스트리밍 선두업체였던 스포티파이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선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지만 애플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
모리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애플은 은행에 1천780억 달러를 갖고 있으며, 아이튠스에는 8억 개의 신용카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굉장히 열정적으로 홍보할 것이며, 스트리밍 산업도 애플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애플이 구체적으로 어떤 가격 정책을 펼칠 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 애플, 10달러 스트리밍 서비스 공개 유력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번 WWDC에서 월 10달러에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은 시장 선두업체인 스포티파이와 같은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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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애플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뿐 아니라 디스크자키(DJ)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 채널도 함께 제공하면서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밍에 큐레이션 방식을 곁들인 서비스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이 음반사들과 막판 로열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음반사들은 월 9.99달러에 달하는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이용료의 55%를 받고 있다. 음반사들은 애플과의 협상에선 60% 가까운 몫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