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분할발주제 성공을 위한 두 가지 조건

[데스크칼럼]예산 확보와 설계전문가 육성 절실

일반입력 :2015/04/22 14:57    수정: 2015/04/22 15:17

세상에는 두 종류의 건설이 있다. 도로 건물 항만 등 물리적인 것과 소프트웨어(SW)를 핵심으로 하는 정보 시스템이 그것이다. 전자는 개발시대의 국가 핵심 인프라였다. 후자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사이버 인프라다.

전자는 모든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 후자는 가시화(可視化)가 어려워 사업관리가 상대적으로 난해하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주자와 수주 기업 모두 불만이 적잖다. 특히 진행 과정에서 프로젝트 내용이 자주 바뀌는 게 문제다. 발주자로서는 일정이 늘어져 효율이 떨어지고 수주 기업으로서는 같은 돈을 받고 재작업을 해야 하니 비용이 늘어나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가 22일 공개하고 처음 도입키로 한 ‘공공부문 SW 분할발주제도’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기존 발주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SW 중심 사회’ 구현을 위한 박근혜 정부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이 제도가 ‘SW 제값 주기’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더 고려할 결정적인 요소가 두 가지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종전에 ‘설계 사업’과 ‘구현 사업’을 통합 발주하던 것을 점차 나누어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설계 과정부터 명확히 반영해 구현(구축) 사업자가 재작업을 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또 설계의 하자나 납품 지연 등에 따르는 사업자 책임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업 변경시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규정도 둔다고 한다.

문제는 분할발주의 경우 예산이 더 든다는 데 있다. 통합 발주 시절에는 수주기업이 설계 사업(ISP)에 대한 비용을 거의 제로(O)로 제시한다. 본 구축 사업을 통해 이를 만회한다. 그래서 남는 게 없다는 게 정부 사업을 하는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불만이다. 그런데 분할 발주를 하게 되면 설계 사업도 제 값을 쳐줘야 한다. 당연히 예산이 늘어야 한다. 그렇잖으면 구축 사업 예산을 줄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SW 제값주기’ 취지에 오히려 역행할 수도 있다. 이번 정부안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조달청이 만든 것인데 예산을 쥐고 있는 주무부처가 이에 얼마나 동의할 지가 관건이자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정부 IT 예산은 그대로이거나 자꾸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분할발주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이 제도가 안착하려면 설계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계 전문회사 육성도 시급하다. 해당 업무와 SW를 모두 제대로 이해하는 ‘융합형 전문가’가 고급 설계를 하지 않는 이상 발주자 요구에 따라 구축사업자가 설계 변경을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구축 사업자로서는 이중고인 셈이다. 융합형 전문가 육성을 위해서는 SW와 다양한 업종의 고위직이 모여서 서로 학습하고 교류하는 ‘카이스트 컨버전스 AMP 과정’ 같은 교육과정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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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전문가 육성은 단시일에 되는 게 아닌 만큼 일반 업종에서 SW로 전환하려는 직장인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업무와 SW를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의 몸값을 정부가 제대로 쳐줘야 한다. ‘SW는 공짜’라는 인식과 함께 ‘설계 컨설팅은 공짜’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모든 게 공염불이다.

설계 전문회사가 현존하는 상용 SW를 기반으로 설계하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SW 개발회사들이 힘을 받는다. 또 중복 개발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당연히 프로젝트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상용 SW를 무시한 채 스펙을 제시하고 처음부터 개발하는 쪽으로 갈 경우 발주자나 SW 기업이나 득될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