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SW분석·개발 분할 발주제

해법은 발주기관의 SW분석 수행 역량 강화

기자수첩입력 :2015/01/15 08:24

황치규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조달청이 공공SW사업을 발주할 때 기획(분석을 의미함)과 설계 부분을 우선 발주하고, 이후 개발 및 구축 과정을 별도 사업으로 주문하는 ‘분할발주제’ 도입을 검토한다.

정부가 논의중인 SW분할 발주제는 분석 역량을 강화해 국내 SW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온 주먹구구식 요구사항 명세서(Software Requirement Specification: SRS)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취지만 놓고 보면 SW개발 문화를 선진화할 수 있는 대단히 파격적인 행보다. 검토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줄 일이지만 왠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취지를 제대로 살릴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SW개발 프로세스에서 설계와 구현 앞부분에 해당되는 분석 작업은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은 아니다.

이해 관계자, 특히 발주자의 시간과 노력이 모두 요구된다. 프로젝트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외주 업체에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순간, 프로젝트는 산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2013년 9월 완료된 키움증권 차세대 원장 시스템 프로젝트는 관계사인 다우기술이 맡아서 진행했는데, 정밀한 분석 작업을 거쳐 진행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키움증권과 다우기술은 분석 작업에만 무려 10개월의 시간을 투입했다. 설계, 개발, 구현에 들어간 시간은 모두 합쳐 14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10개월 그냥 투입하면 될 거 아니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분석 작업이라는 게 시간을 들인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은 아니다. 키움증권과 다우기술도 내부적으로 분석 작업에 들어가기전 그럴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데만 무려 3년여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키움증권은 국내 IT프로젝트 사례로는 이례적으로 예정보다 빨리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정말이지 이례적인 사례다. 국내 SW개발 프로젝트에서 분석은 없거나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라는게 SW공학 전문가 김익환 ABC테크 대표의 설명이다. 다수 IT프로젝트가 요구 분석보다, 코딩과 구현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시작하고보자식의 관행이 부른 결과물이다. 코딩하면서 분석이나 설계를 그때그때 고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가 끝나고 정리한 문서가 시작할때와는 딴판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다 만들어놨는데, 사용자가 못쓰겠다고 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벌어지는 풍경들이다.

앞서 언급했듯 제대로된 분석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주체인 발주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공공기관들이 제대로된 분석을 위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 노력은 하겠지만 주변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동안 국내 공공기관들은 SW개발 프로젝트에서 지나치게 수주 업체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가이드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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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래부는 분석과 설계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분석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성격이 다른 분석과 설계를 합쳐서 발주할 경우, 설계에 치우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분석에 대한 발주자 역량이 부족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게 정부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해법은 발주기관이 IT업체와 협력해 제대로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량 강화 없이 제도 개선만으로 고질병인 주먹구구식 요구사항 명세서(Software Requirement Specification: SRS)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정부도 노력은 하겠지만 아직은 우려의 시선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