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초강력 망중립성 원칙 통과

3대2 가결…최종 확정까지는 험난한 절차 남아

일반입력 :2015/02/27 08:12    수정: 2015/02/27 08: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망 사업자들의 망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확정했다.

아직 여론 수렴을 비롯해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오픈 인터넷 원칙을 향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FCC는 26일(현지 시각) 전체 회의에서 톰 휠러 위원장이 제안한 망중립성 원칙을 3대 2로 통과시켰다. 휠러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3명이 찬성한 반면 공화당 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 ISP, 타이틀2로 재분류…커먼 캐리어 의무 부과

FCC가 마련한 새 망중립성 규칙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같은 유선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을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방안이다. 타이틀2로 분류될 경우 강력한 ‘커먼캐리어’ 의무를 지게 돼 있다. FCC 역시 타이틀2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 동안 유선 ISP들은 701조 타이틀1인 정보서비스사업자로 분류돼 있었다. FCC는 정보서비스사업에 대해서는 부수적 관할권만 갖는다.

ISP들이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게 될 경우 특정 콘텐츠에 대해 속도 차별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급행료를 받고 특급 대우를 하는 '급행회선 서비스'도 당연히 할 수 없게 된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사상 처음으로 무선 사업자에 대해서도 망중립성 원칙을 온전하게 적용하기로 한 점이다.

FCC가 지난 2010년 공표한 오픈인터넷 규칙에서도 무선 사업자들에게 경쟁 앱이나 사이트들을 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선사업자들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권한을 상당 부분 행사할 수 있었다. FCC가 당시 무선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무선 부문은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FCC가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망중립성 조항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강화했다. 이에 따라 FCC의 새 망중립성 규칙이 확정될 경우 무선사업자들도 강력한 의무를 지게 된다.

이날 회의 직후 톰 휠러 위원장은 “인터넷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널리 보급돼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아무런 규칙 없이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은 전화와 우편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휠러 위원장은 이번 망중립성 제안이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비밀 계획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망중립성 규칙은 수정헌법 1조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큼이나 인터넷의 개방성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해부터 열띤 공방…통신사 반격 만만찮을 듯

망중립성을 둘러싼 공방은 지난 해 초부터 본격 시작됐다. 당시 미국 항소법원이 FCC가 2010년 마련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하면서 뜨거운 공방의 불씨를 제공했다.

이후 FCC는 지난 해 5월 ‘급행 회선 허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제안에 대해 엄청난 반대 여론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관련기사

이런 상황에 직면한 톰 휠러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ISP 중 일부를 타이틀2로 재분류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휠러 위원장의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면서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이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휠러 위원장이 이달 초 ISP 재분류와 무선사업자도 망중립성 규제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FCC 위원들에게 제안했다.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위원들이 강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FCC 위원 구성상 전체회의 통과는 크게 힘들진 않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