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구글의 ‘밀월 관계’가 심상치 않다. 2012년부터 이어진 관계가 주요 경영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차를 맞은 두 회사간 밀월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0일 LG전자는 구글의 가상현실(VR) 기기 개발 플랫폼 ‘카드보드’를 기반으로 설계한 ‘VR for G3’를 공개했다. LG전자는 다음주부터 국내에서 G3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고객을 상대로 이를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에게 LG가 필요한 이유
구글은 지난해 개발자대회인 구글I/O에서 카드보드 플랫폼을 공개하며 VR 기기 대중화를 겨냥한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은 직접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제3자(Third Party)인 다른 제조사나 앱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생태계 조성 전략을 골자로 하고 있다.이런 부분에서 구글은 핵심적인 파트너십 관계가 필요하다. 자사의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를 개발해 줄 파트너만 확보하면 앱 개발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이다. 한 개발자는 “새로운 분야의 콘텐츠의 경우 하드웨어가 확실하면 당연히 유저의 수요가 있을 테고, 그러면 개발자들은 자연스레 앱 개발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다.
구글 전략의 근간이 되는 부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확산은 구글이 원하는 ‘인터넷 사용자 경험(UX)의 확대’를 통해 자사의 검색 기반 광고 수입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의 철학에 대해 분석한 ‘구글드(Googled)’의 저자 켄 올레타는 저서에서 ‘구글은 인터넷 사용자의 확대와 거기에서 창출되는 자사 검색 기반 광고 수익 확대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안드로이드5.0을 글로벌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적용한 것도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구글이 LG전자에 먼처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64비트 지원 등 새로운 성능을 대거 지원하는 새로운 운영체제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밀접한 파트너인 LG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LG에게 구글이 필요한 이유
LG전자는 지난 2012년 구글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폰인 ‘넥서스4’ 제조를 맡으며 구글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앞서 HTC와 삼성전자가 구글의 레퍼런스 폰 제조를 맡은 이후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얻자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LG전자도 여기에 뛰어든 것.
이후 LG전자는 안드로이드 환경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브랜드 변화를 거쳐 G2와 G3를 일정 수준 궤도에 올려 놓으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G2와 G프로2 출시 이후에는 ‘매출 기준’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구글I/O에서 공개된 안드로이드L(안드로이드5.0, 코드명 롤리팝)을 세계 주요 제조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G3에 적용하며 또 다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입증한 데 이어 새로운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공동 마케팅을 이끌어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아직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바일 기기 사업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글과 손잡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구글, 어떤 미래 꿈꿀까
지난해말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문인 MC사업부의 수장이 박종석 사장(現 최고기술자문역)에서 조준호 사장으로 바뀐 이후에도 이 같은 관계와 전략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해외 마케팅 강화 측면에서 그룹 지주사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한 수’를 던진 이후 LG가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모바일 부문에서 다시금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G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차기 전략기종인 ‘G4’를 공개할 예정이다. G프로 시리즈마저 단종하며 고급형 기종 시장에서 한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LG전자가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어떤 길을 갈 지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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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글이 선보인 웨어러블 기기용 플랫폼 '안드로이드웨어'를 G워치 후속작에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지도 관심사다.
이미 LG전자는 자체 보유한 웹OS 기반 제품을 올해 주력 제품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