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자회사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 H3C테크놀로지스 직원들이 최근 필수 고객지원 인력을 제외하고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일간지 중국일보(CHINADAILY) 영어판은 지난 19일 HP 자회사 H3C에서 (신임 대표 인선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링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HP 중국지사 회장 출신인 마오위난(毛渝南, Mao Yunan)이 H3C 이사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게 문제였다.
마오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중국HP 회장을 맡아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던 인물이다. H3C 직원들은 마오 회장의 신임 대표 임명이 현지 H3C의 사업과 직원들이 기다려 온 업무보상 계획에 차질을 줄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직원들의 이런 우려가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Etsan'이란 이름으로 소개한 H3C 직원은 현재 기존 고객들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인력들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 운영 업무는 중단됐다며 개발부서에도 역시 업무 중단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항저우와 베이징에서 3천명 이상의 H3C 직원이 마오 회장의 신임 대표 인선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항저우와 베이징은 H3C의 제품 생산 공장 소재지며, H3C의 전체 직원 규모는 4천800명 가량이다.
HP는 H3C 파업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Etsan이라는 직원에게 전달된 서한 내용만 놓고 보면 직원들의 뜻을 대체로 수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tsan이라는 직원이 받은 HP측 서한 내용을 보면 중국 시장을 잘 아는 독립적이고 안정된 관리팀이 H3C를 위한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언급과 HP는 H3C가 미국 회사인 HP 본사의 통제를 덜 받는 게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Etsan이라는 직원은 매트 그린리 HP 금융 및 네트워킹 사업 담당 부사장이 중국 항저우 H3C 본사에 방문했다며 회사의 미래와 (신임 대표) 임명에 관해 지역 담당자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3C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 지난 2010년 HP에 인수됐다. 당시 HP가 쓰리콤(3COM)을 2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그 자회사였던 H3C까지 확보한 것이다. H3C의 태생은 중국 장비업체 화웨이와 미국 쓰리콤의 합작법인이었다. 쓰리콤이 지난 2006년 화웨이 지분을 모두 사들여 소유권을 갖게 됐다.
사실 HP는 확보 당시 유망했던 H3C를 통해 거둔 실제 이익이 크지 않자 처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하순 영미권 외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정황을 전했다. (☞관련기사)
H3C는 자사가 중국 LAN스위치 및 기업용 라우터 시장 선두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현지 공공부문 조달 계약이 그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HP같은 국외 업체 입장에선 뚫기 어려운 영역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자국 IT업체 제품을 외국 대상 첩보 수단으로 사용 중이라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중국에서 미국 IT업체 입지는 타격을 받았다. HP의 H3C 매각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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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올해 말까지 소비자용 PC와 프린터 사업을 떼어내 'HP인크(HP Inc.)'라는 기업을 만들고, 나머지 기업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을 'HP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로 재편하는 분할 작업을 추진 중이다.
HP가 중국 자회사 H3C의 파업 사태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게 사실이라면 이유는 2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시장에 내놓으려는 H3C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는 걸 최대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연말까지 진행할 기업 분할 작업에 H3C 이슈가 잡음을 내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