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콘솔 게임기기 시장의 포문을 열었지만 폐쇄적인 정책 기조는 유지하고 있어 체제 유지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내 콘솔 게임기기 출시가 허용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관련 업체의 중국 진출은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진출을 선언하는 업체 마다 한 차례 이상씩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출시일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특별한 규제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업체를 압박하며 문화적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콘솔 게임기기의 지역 잠금 여부가 잇따른 출시일 연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문화 폐쇄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중국 정부의 문화적 폐쇄정책은 게임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판호제 등 다양한 제도들로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만들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중국 이용자의 해외 문화 콘텐츠 접촉을 제한한다.
콘솔 게임기기 부문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 잠금은 역시 비슷한 기능으로 특정 국가 이용자가 그 외의 국가에서 구입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만일 중국에서 콘솔 게임기기가 지역 잠금 해제로 출시될 경우 중국 이용자들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해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해외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것도 가능하다.실제로 14년 만에 처음 중국 시장에 출시된 콘솔 게임기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X박스 원은 지역 잠금 상태로 중국에 출시됐다. 출시일을 한 차례 연기한 뒤다.
MS 측은 원래 지난해 9월 23일을 X박스 원의 중국 출시일로 정했지만 출시일을 하루 남겨놓고 돌연히 출시 잠정 연기를 밝혔다. 단순히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안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특히 중국 정부와의 마찰과 지역 잠금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X박스 원은 마침내 지난해 9월 29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됐지만 지역 잠금 해제는 없었으며 함께 발매된 게임 타이틀도 초라했다. 80종 이상의 게임 타이틀을 출시하려던 처음 계획과 달리 ‘댄스 센트럴 스포트라이트’ ‘키넥트 스포츠 라이벌’ ‘파워스타 골프’ 등 10종만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대중에 공개됐다.이에 이어 지난 11일로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와 PS 비타의 중국 출시를 예정 중이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도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MS가 그랬던 것처럼 이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안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외에 상세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SCE 측에 PS4 사업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역 잠금이 문제시 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PS4는 당초 지역 잠금 해제 상태로 중국 시장에 출시될 계획이었다.
16일 현재 PS4가 언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알려진 게 없는 상황. SCE 측은 예약구매를 진행한 이용자들에게 환불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까지 만해도 업계에는 중국 시장 개방으로 콘솔 게임 시장에 또 한 번 부흥기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난해 1월 중국 정부가 해외 콘솔기기의 중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일명 ‘게임기 금지령’을 내세우며 지난 2000년부터 콘솔 게임기기의 판매를 금지해왔다. 청소년 게임중독이 이유였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지난해 1월 중국 정부는 상하이자유무역지대에 한해 해외 콘솔기기 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해외 업체도 관계 기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중국 내에서 게임기의 유통 및 제조·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각 콘솔 게임기기 업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MS는 중국 상하이 미디어그룹 자회사인 베스티비(BesTV)와, SCE는 상하이 대표 문화산업기업인 동방명주그룹과 손을 잡고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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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각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시작됐지만 이처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과 현실은 달랐다. 중국 정부 측은 지역 잠금 등과 관련해 특별한 규제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이와 다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폐쇄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전혀 놀랍지 않다”며 “아마 앞으로도 콘솔 게임기기가 지역 잠금 해제 상태로 출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