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스위치 업체로만 알려진 브로케이드가 네트워크 세상의 '레드햇'을 자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브로케이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앞세워 SW정의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확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4일 방한한 치 케옹 램(Chee Keong Lam) 브로케이드 아태지역 데이터센터 패브릭 및 가상화 부문 총괄 이사는 우리의 오픈데이라이트 활동은 레드햇이 리눅스 프로젝트에서 하는 역할과 같다며 '비아타(Vyatta)'를 통해 문서, 지원을 제공해 좀 더 쉬운 SDN 도입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지난 2013년 4월 리눅스재단이 출범시킨 오픈소스 SDN 기술 개발 프로젝트로, SDN컨트롤러, 오버레이네트워크, 프로토콜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프로그래밍 가능한 인터페이스 개발이 추진돼 지난해 2월 첫 정식 버전(1.0) '하이드로젠'이 공개됐다. (☞관련기사)
앞서 램 이사가 언급한 비아타는 브로케이드가 제공하는 SDN플랫폼 구축 SW 브랜드다. 비아타 플랫폼은 SDN과 NFV에 효율적인 네트워크 가상화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SW 기반으로 제공한다. (☞관련기사) 비아타 SDN컨트롤러는 이런 네트워크 인프라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SDN컨트롤러에 해당한다.
SDN은 관리자가 SW기반으로 중앙화된 통제 시스템에서 각각의 네트워크 장비에 '이런 트래픽은 이렇게, 저런 트래픽은 저렇게 처리하라'고 자유자재로 지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뜻한다. SDN에서 모든 네트워크 장비에 일괄 명령을 내리고 그 상황과 결과를 파악하는 핵심 구성요소가 SDN컨트롤러다.
비아타SDN컨트롤러는 오픈데이라이트의 SDN컨트롤러와 동일한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오픈데이라이트 컨트롤러가 새로 나올 때마다 브로케이드 비아타컨트롤러도 새로 공개된다. (☞관련기사) 산스크리트어로 '개방(open)'을 뜻한다는 비아타의 특징이다.
오픈데이라이트 SDN컨트롤러는 오픈소스 기술인 동시에 공짜다. 반면 브로케이드가 공급하는 비아타컨트롤러는 오픈소스 기술이지만 공짜는 아니다. 소스코드 자체는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지만, 브로케이드는 이를 다루는 데 필요한 문서와 지원서비스 등 '지식'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레드햇은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라는 자체 리눅스 배포판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 그리고 그걸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유무형으로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로 수익을 거둔다. 브로케이드가 스스로를 '네트워크계의 레드햇'에 빗대는 건 오픈데이라이트 SDN컨트롤러와 같은 기술은 그냥 무료로 제공하고, 그걸 활용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을 유료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브로케이드는 앞서 시스코(데이비드 마이어), 주니퍼(톰 나디우, 벤슨 쉴리서), IBM(콜린 딕슨), 플렉시(마이클 부숑) 등 오픈데이라이트에 참여하고 있던 회사의 SDN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음을 적극 알려 왔다. 회사 측은 그런 만큼 타사대비 SDN 기술 확보와 사업 투자 의지가 높은 셈이라고 자부한다.
큰 돈을 벌려는 건 아니다. 초기 SDN 시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회사로 자리잡고 향후 증폭될 수요의 선점 기회를 미리 다져 놓겠다는 얘기다.
램 이사는 비아타 SDN컨트롤러와 관련 서비스 제공 비용은 우리 쪽 영업 담당자들도 놀랄 정도로 전혀 비싸지 않다며 몇년 전부터 SDN 개념이 확산되긴 했지만 기술적 성숙과 완전한 구현 시기까진 10년쯤 뒤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고, 아직은 시장 초기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브로케이드는 SDN핵심 시장을 클라우드,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서비스사업자(SP), 4개 유형으로 나누고 초기 SP 영역에 집중할 방침이다.
SP 영역에 집중한다는 건 대규모 망을 운영하는 통신사업자나 복잡한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 운영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이들이 원하는 SDN 플랫폼 유형의 기반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제공을 하겠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램 이사는 이미 세계 40곳 이상의 SP와 비아타 플랫폼으로 SDN을 도입하기 위한 개념증명(PoC)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비아타는 코어단을 제외하면 vCPE, vCE, vPE 등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이든 우리든 (SP에서) 일반적으로 필요한 네트워크상의 구성요소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SDN 세계에서 브로케이드의 차별화 전략은 오픈데이라이트의 오픈소스 기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전문 역량과 서비스, 기술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는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 사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교육, SDN 플랫폼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통 장려 등 5가지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아직 구상 단계라는 SDN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내용이 흥미롭다. 브로케이드는 계획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검증된 외부 개발자의 자체 개발된 앱'을 많이 나오도록 유도해 SDN 앱스토어같은 것을 운영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예고된 HP SDN앱스토어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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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이사는 우리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자체 관리하고 검증된 SDN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앱스토어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 운영과 앱 검증에 필요한 자원이 꽤 많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라며 아직 계획한 게 아니고, 오픈데이라이트 차원에서 하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