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8년 전 시작됐다. 2007년 1월 9일(미국 현지 시간). 그날 라스베이거스에선 CES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 맥월드 기조연설을 통해 스티브 잡스가 뭔가 거창한 것을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잡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and one more thing)’란 말과 함께 단말기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 때까지 애플의 대표 상품이던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 하지만 통화 기능을 추가한 제품. 바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아이폰이었다. 당시 애플은 이후 AT&T에 인수되는 미국 통신사 싱귤러 와이어리스와 공동으로 아이폰을 만들었다.
시작은 소박했다. 잡스는 아이폰 공개 당시 2008년 말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 1%를 점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폰은 잡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세상은 아이폰 이전과 아이폰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 모바일 웹 환경 격변…종이지도도 기억 속으로
그 이후 8년 동안 벌어진 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폰 이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몸통 한 가운데 ‘물리적인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는 투박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모바일 웹 경험에도 대변혁이 일어났다. 그 이전까지 모바일 웹은 조악하고 단순했다. 데스크톱 환경을 그대로 즐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모바일 서핑 경험 자체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모바일은 데스크톱의 영역을 조금씩 장악하고 있다. 이젠 많은 미디어들도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mobile only)’를 부르짖을 정도가 됐다.
아이폰 바람은 '종이 지도'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부분은 허핑턴포스트가 잘 지적했다. 아이폰 출시 당시 사람들은 길을 찾아나설 때 큼지막한 지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종이 지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마다 스마트폰의 길찾기 기능을 이용해 모르는 곳을 찾아다닌다.
‘셀카 열풍’도 달리진 풍속도 중 하나다. 이젠 맛난 음식을 먹으면 ‘인증샷’을 찍는 건 기본. 음식을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지형도도 크게 달라졌다. 아이폰 돌직구 한 방에 전통 강자인 블랙베리와 노키아가 몰락했다. 이제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대적할 강자는 안드로이드 군단을 이끌고 있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선봉장인 삼성 밖에 없다.
■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이폰도 투박
물론 아이폰도 처음 나올 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첫 출시된 아이폰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이 부분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잘 정리해줬다.
당시 아이폰은 2G 환경에서 구현했다. 속도가 다이얼업 모뎀 수준이었다. 게다가 당시 미국에서 아이폰을 서비스했던 AT&T의 망은 유독 부실했다. 그 때는 대단했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모바일 인터넷을 쓰려면 인내심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앱스토어가 나온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따라서 2007년 당시엔 앵그리버드를 비롯한 인기 모바일 앱들은 꿈도 꾸지 못했다.
더 불편한 건 세팅하는 과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이폰을 세팅하려면 컴퓨터와 연결해야만 했다. 단말기에서 그냥 세팅할 수 있게 된 건 그로부터 5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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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조악한 제품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에 4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리그를 호령했던 백인천 선수와 비슷하다고 할까? 그 당시 기준으론 적수가 없는 리그 최강 실력자였지만 정교한 타격 솜씨에 파워까지 겸비한 요즘 선수들과 비교하면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