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4년만에 또 고속인터넷 기준 조정…왜?

최저 25Mbps로…현실고려-망중립성 우위 '두 마리 토끼'

일반입력 :2015/01/08 13:16    수정: 2015/01/08 13: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4Mbps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25Mbps는 돼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톰 휠러 FCC 위원장은 7일(현지 시각) 4Mbps(다운로드)와 1Mbps(업로드)로 돼 있던 초고속 인터넷 최저 기준을 25Mbps와 3Mbps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FCC는 매년 의회에 연례 브로드밴드 발전 보고서(Annual Broadband Progress Report)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에서 FCC는 미국 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톰 휠러는 FCC 위원들에게 초안 형태로 배포한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에선 초고속 인터넷이 합리적이고 시기적으로 적합한 방식으로 보급돼 있지 않다. 시골 지역이 특히 그렇다고 선언했다.

■ 표면적인 이유는 인터넷 환경 변화

미국은 지난 1996년 통신법을 제정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최저 기준을 200kbps로 확정했다. 당시 유행하던 음성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FCC는 지난 2010년 그 기준을 4Mbps(다운로드)와 1Mbps(업로드)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고화질 동영상이 대중화되면서 1990년대 말 제정된 기준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 기준을 4년 만에 또 다시 높이자는 게 FCCC의 제안이다. 물론 근거는 충분하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의 초고화질(HD)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5Mbps 전송 속도는 보장돼야 한다. 여기에 N스크린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고려하면 기준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한 때 다운로드 속도 최저 기준으로 10Mbps를 고려했던 톰 휠러 위원장이 25Mbps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당연히 통신 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 기준 상향 조정에 반발하고 있다.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AT&T와 버라이즌 등은 지난 해 미국인들에겐 4Mbps면 충분하다. 10Mbps까지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FCC가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이 곧바로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FCC가 ISP들이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보고할 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연히 ISP들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단 의미다.

FCC는 왜 갑자기 초고속 인터넷 기준 상향 조정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을까? 물론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일차 목표일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넷플릭스에서 ‘마르코 폴로’ 같은 인기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최소 10Mbps 이상은 보장돼야 한다.

■ 인터넷 보급현황 부각 고려한 조치일 수도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망중립성 문제다.

FCC는 지금 망중립성 원칙 정립 문제를 놓고 ISP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심 백본 망에 대해선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강력한 규제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을 그대로 밀어부치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ISP들이 소송을 걸어올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FCC가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상향 조정하려는 것은 이런 현실과 연결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지난 해 초 FCC의 2010년 오픈인터넷 규칙과 관련한 항소법원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항소법원은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부분을 무력화하면서도 망 사업자에 대한 FCC의 규제권한은 인정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산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FCC가 망 사업자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FCC가 초고속 인터넷 최저 기준을 상향 조정하려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오는 2월26일 전체 회의에서 톰 휠러 위원장의 초안이 통과되더라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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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높여 놓을 경우엔 적잖은 힘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내 인터넷 보급 현황이 형편없기 때문에 FCC에게 강력한 규제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FCC 관계자를 직접 취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FCC가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4년 만에 또 다시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조정하려는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