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 사령관 직통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를 건 것은 뜻 밖에도 한 어린이였다.
하지만 더 황당했던 건 그가 던진 질문이었다. 사령관에게 산타가 어디까지 왔느냐는 당돌한 질문을 던진 것. 당시 사령관이었던 해리 샤우프 대령은 황당한 전화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NORAD 장비를 이용해 산타가 북극에서 출발한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산타의 현재 위치를 계속 알려줬다.
NORAD 사령관 직통 번호는 군내 극소수 인력들만 사용할 수 있는 비밀 번호. 이 번호로 어린이들이 전화를 건 것은 순전히 실수로 빚어진 일이었다.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본사를 둔 시어스로벅이 산타 직통 전화를 개설하면서 번호를 잘못 입력한 때문이었다.
■ 잘못 걸려온 어린이의 전화 때문에 시작
실수로 시작된 '산타 추적 서비스'는 이후 오늘날까지 6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NORAD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 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산타 추적 서비스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검색엔진 빙의 지도 기술을 이용해 산타 추적을 좀 더 입체적으로 하고 있다.
산타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NORAD와 MS만 있는 건 아니다. 구글 역시 10년 전인 지난 2004년부터 산타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매년 이 맘때면 산타 추적기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것은 기본. 여러 미니 게임이나 동영상을 마련해놓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동심에 선물을 안겨준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대체 아이들은 몇 살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을까?”가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미국의 첨단 기업과 군은 실수로 시작된 산타 추적 서비스 경쟁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연말 재미를 쏠쏠하게 전해주고 있다.
NORAD와 구글은 산타 추적기 서비스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 자신들의 서비스가 훨씬 더 재미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인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22일(현지 시각) 이런 경쟁에 재미를 더했다. 구글과 NORAD 서비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것.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교육과 재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측면에선 NORAD가 훨씬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NORAD는 또 음악/사운드나 겉모양 부분에서도 구글보다 한 수 위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재미 요소나 제공되는 언어 면에선 구글이 NORAD를 압도했다. 특히 구글은 산타가 썰매에 올라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서비스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기여도는 A 학점을 줄만한 것으로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평가했다.
■ 21세기 첨단 기술에 아날로그 낭만 결합 노력
오랜 전통인 만큼 양측의 경쟁의식도 대단하다. 산타 추적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NORAD는 자신들이 ‘원조 서비스’란 점을 강조한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에 따르면 NORAD는 “우리는 레이더와 전투기를 이용해 수 십 년 동안 산타 추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기술적인 면에선 자신들이 절대 우위란 것을 은근히 내세운 셈.
NORAD는 “유일한 걱정거리는 산타 추적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구글 측은 “산타 추적기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성탄 명절을 축하하고 즐겁게 즐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특히 “우리 개발자들이 가능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PC 뿐 아니라 iOS나 안드로이드용 앱도 제공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산타 추적 서비스가 제공된다.
물론 이번 경쟁은 애당초 승패를 가릴 순 없다. 산타 존재 자체를 입증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산타 추적 전쟁은 첨단 정보화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을 되살리려는 멋진 시도라고 평가해줘도 될 것 같다. 굳이 승패를 가릴 필요는 없는 승부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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