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청산>계속가치…M&A에 독(毒)보다 득(得)

팬택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 보다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채권단에는 팬택을 청산하는 게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달까지 뚜렷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팬택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회사가 기술력과 발전가능성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의미로 M&A 참가사를 유인하고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지 않을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을 비롯해 법원과 채권단은 청산보다는 추가적인 M&A를 지속 추진하며 계속기업가치를 높여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기조를 유지, 회사를 회생시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회 관계인집회에서 팬택의 청산가치는 1천505억원, 계속기업가치는 1천114억원으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391억원 초과하는 것으로 산정됐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삼정회계법인은 희생절차를 진행할 경우 청산시 평균배당률 12.26% 보다 1.54%p 낮은 10.72%를 변제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채권자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채권단이 평가한 기업가치와는 상반된 결과다. 채권단은 지난 8월 팬택에 대한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3천824억원)를 청산가치(1천895억원) 보다 높게 평가했다. 이같은 차이는 이번 조사가 지난 4월 이후 이동통신3사의 단말기 구매 거부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통상적으로 청산가치가 계속가치보다 높으면 채권단 의견수렴을 거쳐 회생 폐지를 결정한 뒤 자산을 경매 처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팬택을 비롯해 채권단과 재판부가 지속적인 M&A 추진에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같은 조사결과가 M&A 참가자들을 유인하는 동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제3파산부를 맡은 윤준수 수석 부장판사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 비해 낮다는 의미는 기술력과 발전할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M&A 시장에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헐값에 매각하지 않을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속단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계속기업가치가 낮게 나오는 것이 M&A의 장애요소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팬택의 주요 채권단으로 구성된 주무관리위원 대표 역시 M&A 1차 시도가 유찰되고 조사결과도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사의 행보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11월 이후 일시적인 매출증가가 예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조사 결과로 채무가 감소하는 등 부수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시 M&A를 시도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리인의 현재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공개 매각에 실패한 팬택은 매각안을 바꿔 재매각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우선 오는 12일까지 잠재적 투자자에 대한 투자의향을 확인한 후 실사 및 투자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이달 말까지 매각공고와 입찰을 진행하고 내년 3월 말까지 이를 마무리해 매각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작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