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연구개발(R&D) 인력이 좋은 편이다. 사실 우리도 팬택 인수를 검토했는데 R&D 능력을 높이 봤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고위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물론 이 M&A는 성사되지 않았고 이 회사는 토론 끝에 인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회사가 최종적으로 팬택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내부 사정과 급변하는 외부 시장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임원은 인수 불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다. 팬택을 인수하고 그 R&D 인력을 제대로 가동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지금도 지울 수 없는 생각이다.
팬택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휴대폰 회사로서 개발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임원의 판단이고 국내외에서 상당한 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는 이 회사가 팬택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이다.
최근 팬택 매각 입찰에 응찰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아쉬운 대목이다.
팬택은 실제로 국내 최초의 듀얼코어 원칩, 쿼드코어 원칩, 지문인식, 엔드리스 메탈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기술력과 개발 측면에서는 어느 회사와 비교해도 그다지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가 쟁쟁한 회사들과 맞승부를 하려 했다는 점이다. 애플과 삼성처럼 자금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회사와 맞붙어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팬택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이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는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었다.
가끔 선전을 했지만 승부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이준우 대표의 반성은 뼈아픈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동통신사 출자전환에 실패한 뒤 “브랜드와 마케팅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제품을 파생해서 나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원가에서는 경쟁력이 낮지만 나머지는 품질과 기술 우위에 있는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할 생각”이라고도 강조했다. 너무 늦어버린 반성이었는지도 모른다.
팬택으로서는 중국 회사가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기술력을 갖춘 팬택이 샤오미처럼 든든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팬택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폰을 35만2천원에 출시한 뒤 판매량을 보면 그 아쉬움이 더 크다. 이 제품은 초기 생산물량이 몇 시간만에 동났다. 중국 폰이 이 가격 대에 들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품력에 관한 한 팬택 폰이 중국 폰에 앞선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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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자금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끈질긴 승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샤오미는 성공하고 팬택은 실패한 것은 어쩌면 개별 기업의 문제 만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