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운영체제(OS) '오픈스택' 진영에 가세했다. 통신분야를 시작으로 엔터프라이즈 영역까지 클라우드 구축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오픈스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HP, 델 등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화웨이는 11월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오픈스택서밋'에 참가, 화웨이가 오픈스택 생태계에서 자사의 활약상을 강조했다.
화웨이는 파리 오픈스택서밋 행사기간인 11월 3~7일, 클라우드 SW제품 '퓨전스피어5.0'을 시연했다. 그리고 오픈스택재단 '골드멤버' 자격으로 활동하면서 통신인프라 변혁(transformation)을 위한 오픈스택 확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오픈스택 기반 NFV, 캐스케이딩, 자동화도구 '컴퍼스(Compass)' 개선 작업에서 거둔 성과를 공개했다.
퓨전스피어5.0은 화웨이가 오픈스택 플랫폼에 엔터프라이즈급 신뢰성, 강화된 성능 및 안정성을 덧붙인 클라우드 구축 플랫폼이다.
오픈스택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선 왕하잉(Wang Haiying) 화웨이 클라우드컴퓨팅 제품라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화웨이는 오픈스택 회원사들 사이에서 참여 확대 속도가 가장 빨라 오픈스택의 글로벌 확산을 도왔다며 향후 오픈스택과 NFV간의 융합을 가속해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최신 오픈스택 버전인 '주노' 플랫폼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는 입장이다. 주노는 퓨전스피어5.0에도 투입됐다.
퓨전스피어는 3.0 버전까지만 해도 오픈소스 가상화 기술인 '젠(Xen)' 기반 하이퍼바이저 솔루션이었다. 그러다 '퓨전스피어5.0' 버전에서 클라우드 인프라를 겨냥한 오픈스택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렌즈펑(Ren Zhipeng) 화웨이 IT클라우드컴퓨팅 제품라인 사장은 퓨전스피어5.0 OS는 오픈스택 주노 아키텍처를 채택,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 관리SW 역할을 한다며 SW정의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네트워크기능성 그리고 자동화 관리 최적화, 이를 오픈스택 표준 플러그인 유닛과 프레임워크에 통합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화웨이 퓨전스피어5.0이 단순히 오픈소스SW로 제공되는 오픈스택 주노 버전을 가져온 뒤 몇몇 요소를 고쳐 제품화한 게 아니겠느냐는 평가절하도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500~600명이라 밝힌 오픈스택 R&D팀 엔지니어 규모가 사실이라면 이 회사 역량을 무시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화웨이가 오픈스택을 엔터프라이즈 사업과 어떻게 연계해 나갈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화웨이 본사는 지난 9월 연례행사 '화웨이클라우드콩그레스(HCC)'에서 퓨전스피어5.0을 공식 출시하며, 오픈스택 프로젝트에 기반한 자사의 '클라우드 운영체제(OS)'가 기업들에게 개방성과 '탈종속' 가치를 실현해 줄 것이라 예고했다.
이는 2개월 뒤 방한한 엔터프라이즈 IT제품군 총괄 임원의 입을 통해 재차 강조됐다. 쑨찌아웨이(Sun Jiawei)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IT제품군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중순 한국에 들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HCC에서 개방성을 띤 전략을 이어갈 방침을 제시했고, (종속성 없는) 클라우드 사업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쑨 부사장은 또 퓨전스피어3.0 버전대 기술은 (하이퍼바이저가) 오픈소스 젠 기반이었지만 퓨전스피어5.0부터는 VM웨어, 커널기반가상머신(KVM), 마이크로소프트(MS) 하이퍼V와 함께 쓰일 수 있고, 기존 퓨전스피어3.0 환경과도 호환된다며 이렇게 오픈스택을 통해 호환성과 개방성을 높여 벤더 종속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가 표준화된 서버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SW정의 데이터센터 비전을 제시하는 인텔, 오픈스택재단의 플래티넘멤버로 자사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플랫폼과 오픈스택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는 레드햇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사업 방향도 이런 회사들의 행적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화웨이도 아직 오픈스택 사업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파트너와의 협력을 언급했지만, 공식 총판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에스씨지솔루션즈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오픈스택에 관심은 크지만, 본격 활용에 대해선 클라우드 IT업체나 수요 기업 모두 조심스러워 하는 국내 업계 분위기를 의식한 모양새다.
화웨이가 레드햇처럼 오픈소스SW 비즈니스를 수행한다면 2가지 활동에 중점을 둘 공산이 크다. 중국과 미국 소재 R&D 센터에 보유한 핵심 SW인력들이 오픈스택 커뮤니티 활동을 겸한 SW개발과 제품화를 주도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 구축, 서비스, 유지관리해 줄 지역별 파트너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가 이제 막 구성된 시점에 각지에서 오픈소스 파트너와 커뮤니티를 통한 공조체제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화웨이 오픈소스SW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체 보유 인력을 통한 고객사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화웨이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쑨 부사장은 레드햇처럼 규모가 큰 오픈소스SW 사업자는 제품을 정형화된 모델로 공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도 (화웨이도) 오픈스택으로 표준화된 기반을 만들어 제공하려는 계획인데, 고객 측에서 (도입단계에) 오픈소스 기술자를 많이 필요로한다면…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니까…(파견식 지원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화웨이가 퓨전스피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 시장을 겨냥하고 있더라도, 그 사업 초기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기존 고객 기반이 상당한 통신산업 분야의 NFV 관련 수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리 오픈스택서밋에서 화웨이가 강조한 사항들도 이같은 짐작의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보탰다.
이를테면 화웨이는 행사장에서 오픈스택 기반으로 구축 가능한 NFV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화하는 단계라고 밝힌 상태다. 또 오픈스택 프로젝트에 NFV 기능성을 통합해 사업자와 기술 변화 가속을 돕고, 데이터센터와 통신업계를 위한 NFV 분야에 광범위한 애플리케이션과 상용 오픈스택 배포를 촉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화웨이에게 국내 통신사업자는 오픈스택 유망 시장중 하나다. KT는 유클라우드를 위해 오픈스택 인프라를 운영해 왔다고 알려졌고, 지난달말 SK텔레콤도 T클라우드2.0 프로젝트 전략수립 중 오픈스택 도입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관련기사) 이들이 오픈스택 도입을 성공적이라 본다면 오픈스택 기반 NFV 활용도 고려될 수 있다.
관련기사
- 화웨이 "韓 이통3사와 5G 긴밀히 협력"2014.12.04
- 화웨이, 해외 오픈소스NFV 연구소 설립2014.12.04
- 한국화웨이, 클라우드 시장 공략 본격화2014.12.04
- 화웨이 "싸구려-기술도용? 사실과 달라"2014.12.04
그런데 화웨이의 이런 움직임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서 선두 업체인 HP, 델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HP는 본사 차원에서 자체 기술력을 앞세운 오픈스택 클라우드 '힐리온'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델은 클라우드 사업 파트너중 하나인 레드햇과 함께 오픈스택 기반 솔루션과의 연계 시나리오에 대응 중이다.
일례로 한국HP와, 델 파트너인 한국레드햇은 현대자동차의 오픈스택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최근 경합을 벌였다. (☞관련기사) 아직 한국화웨이는 이제 막 보폭을 넓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적응기를 갖느라 내부적으로 분주한데, 국내 인프라 시장 영향력에 따라 오픈스택 업계 존재감도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